[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타수 2안타 4볼넷 1삼진 2타점 3득점.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박준서의 주간 성적표다. 지난 19일과 20일 두산 베어스전에는 연이틀 결승타를 때리며 롯데의 오름세를 이끌었다.
타율 6할6푼7리 출루율8할5푼7리. 놀라운 건 이 성적표가 순전히 ‘대타’로서 올렸다는 것이다. 대단한 성공이다. 박준서는 김시진 감독이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타 카드다.
위상도 달라졌다. 이틀 연속 결승타를 친 박준서는 지난 21일 SK 와이번스전에서 결정적인 순간 출장했다. 3-3으로 맞선 8회 1사 2루에서 대타로 나갔는데, SK는 최근 물 오른 타격감을 과시하는 박준서를 고의4구로 걸렀다. 시즌 첫 번째 고의4구다.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는 롯데의 박준서는 이제 다른 팀에게 공포의 대타로 인식되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대타’로서 주가를 올리고 위상이 달라진 박준서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 했다. 박준서는 “득점권 타율이 높긴 하나, 그다지 의식하지는 않다. 실은 (타격감이)완전 좋지는 않다. 타구 코스가 좋았기 때문에 안타가 됐다. 운이 많이 따라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운도 실력이다. 박준서는 시즌 타율이 2할8푼1리다. 그런데 대타로 주로 나가는 6회부터 8회까지 타율은 4할5푼(20타수 9안타)에 이른다. 11타점으로 시즌 기록(18타점)의 절반 이상이 이 3이닝에서 나왔다.
대타로서 소질이 있다고 봐도 될 정도다. 박준서는 이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박준서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주전 입성을 포기한 적은 없다. 지금도 대타에 만족하지는 않는다”면서 “대타는 보통 1타석 정도 들어서는데 많이 힘들다. 다음 경기에도 나간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 한 타석을 못 치면 정말 힘들다. 꼭 안타를 쳐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데 요즘 결과가 좋아서 그런지 부담도 덜어지고 여유까지 생기더라”라며 웃었다.
박준서는 5월 이후 타격감이 되살아났다. 5월 이후 타율이 3할6푼1리다. 대타로서 주요 순간마다 대단한 성공률까지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활약상에 대해 박준서는 ‘내려놓음’의 효과라고 설명했다.
박준서는 “지난해랑 다르게 올해는 즐기지 못했다. (잘 해야 한다는)욕심이 생기면서 무너졌다. 그래서 인식을 바꾸고 모든 걸 내려놓았다. 선발 출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건 많으니 매 경기 즐기자는 생각뿐이다”고 했다.
스스로 도를 닦았는지 마음이 편안해졌다는 박준서지만, 가장으로서 책임감이 커지고 있다.
박준서는 “둘째는 곧 태어나고, 첫째는 야구를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요즘 들어 더욱 야구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하다. 내가 잘 해 애들에게 모범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나”라며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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