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드디어 올라왔다. FC서울이 시즌 개막 이후 처음으로 상위리그 커트라인(7위) 안쪽인 6위의 성적표를 받았다. 디펜딩 챔피언이 6위라는 순위에 행복한 웃음을 짓는 것이 어색하기는 하지만 꼬여도 이렇게 꼬일 수 있을까 싶었던 시즌 초반의 행보를 생각하면 이해 못할 기쁨도 아니다.
FC서울이 2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산아이파크와의 K리그 클래식 14라운드에서 후반 16분 에스쿠데로의 선제 결승골을 끝까지 잘 지켜내면서 1-0 승리를 거뒀다. 최용수 감독은 1무6패 절대 열세를 보였던 윤성효 감독을 상대로 첫승을 신고하면서 지긋지긋한 악연도 끊어냈다. 여러모로 값진 승리였다.
FC서울이 결국 올라왔다. 시즌 초반 혼전의 빌미를 제공했던 서울이 진짜 카오스의 문을 열었다. 여름보다 먼저 후끈 달아오를 K리그 클래식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3월2일 개막 이후 서울이 ‘윗동네’에 진입하기까지 100일이 훌쩍 넘게 걸렸다. 아직 선두 포항과는 승점 9점차로 적잖은 격차를 보이고 있으나 2위 울산과는 4점에 불과하다. 드디어 가시권에 들어왔다.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이 나오고 있다.
실상 올 시즌 중상위권의 혼란은 FC서울의 비틀거림이 중요한 원인을 제공했다. 서울이 골고루 잡혀주면서 상대에게 승점과 함께 자신감을 제공, 치열한 싸움의 판을 깔아줬다. 자신들은 비틀거렸으나 서울이라는 보약을 먹은 상대팀들은 기세등등했다. 어지러운 판세를 만든 주범이다.
하지만 진짜 혼란스러웠던 것은, 결국 서울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서울이 상위그룹으로 올라오려면 결국 7위 안에 있는 누군가는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최상위권 몇 팀을 제외하고는 좌불안석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이라는 덩치 큰 손님이 문을 열고 들어오게 되면 가뜩이나 뜨거운 ‘윗동네’의 혼전은 불 보듯 뻔했다.
23일에 첫 번째 희생양이 나왔다. 부산이 계속 하위권에 머문다는 법은 없으나, 어쨌든 서울이 위로 올라오면서 줄곧 상위그룹 안쪽에 머물던 부산은 8위로 내려갔다. 서울전 전까지 부산의 순위는 6위였다. 그 자리를 서울에게 내주면서 자신들이 하위리그로 내려간 셈이다. 서울이 ‘카오스’의 문을 열면서 이런 그림은 앞으로 빈번하게 발생될 전망이다.
당장 26일부터 그럴 것이다. 3위 인천과 8위 성남, 7위 수원과 5위 전북이 맞붙는 단 2경기뿐이지만 다양한 결과 조합에 따라 순위는 크게 요동치게 된다. 인천이 2위로 뛰어오를 수 있고 성남이 서울처럼 상위리그 안쪽으로 들어올 수도 있다. 수원이 하위리그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혼전, 카오스의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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