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허정무-조광래-최강희 그리고 홍명보. 4연속 국내지도자가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는다.
2002월드컵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신화를 창조한 이후 외국인 감독 체제는 ‘대안 없는 대세’로 여겨졌다. 히딩크 감독이 물러난 뒤 김호곤 감독이 잠시 임시 감독직을 맡았고 움베르토 쿠엘류 감독이 경질된 후 박성화 감독이 2달가량 역시 대행체제로 지휘봉을 잡은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외국인 감독이 한국대표팀을 이끌었다.
한국인 감독이 4번 연속으로 국가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홍명보 시대는 여러모로 중요하다. 그의 성패에 따라 국내 지도자들의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사실 성적이 그리 신통치는 않았다. 일각에서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고는 성공한 외국인 지도자가 없는데 맹목적으로 밖으로만 시선을 돌린다”는 지적이 제기됐던 이유다. 하지만 학연-지연 등 국내 지도자가 굳은 심지로 대표팀을 이끌기는 어렵다는 목소리와 함께 번번이 외국인 감독 대세론으로 흘러갔다. 그 흐름을 바꿔놓은 이가 허정무 감독이다.
2007년 12월 “축구인생이 아니라 내 인생을 걸고 지휘봉을 잡겠다”는 강한 출사표로 국내지도자 감독 시대를 열었던 허정무 감독은 2010년 남아공월드컵까지 대표팀을 이끌면서 첫 원정 월드컵 16강이라는 열매를 따냈다.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명예 퇴진했던 감독으로 기억된다.
허정무 감독이 국내 지도자에 대한 인식을 바꿔놓으면서 이후 조광래 감독 체제로 넘어가는 흐름은 딱히 반발이 없었다. 하지만 조광래 감독의 중도하차, 이어진 최강희 감독과의 1년6개월이 좋은 인상을 심어주지 못하면서 다시금 ‘외국인 감독론’이 고개를 들었다.
실상 홍명보 감독의 내정설이 거의 굳어진 가운데서도 축구팬들과 일부 축구전문가들은 외국인 감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1년밖에 남지 않은 브라질월드컵까지의 한정된 시간을 이유로 들면서 적어도 지금은 외국인 감독이 국내 감독들보다 낫다는 의견이 적잖았다. 하지만 축구협회의 선택은 홍명보였다.
홍명보라는 카드는, 축구협회 입장에서도 아끼고 아끼는 ‘히든카드’ 느낌이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다른 감독이 이끌고 그 후임으로 홍명보호가 출항하는 것이다. 그래서 길게 2018년 브라질을 지향하면서 나아가는 것이 여러모로 좋아 보였다. 하지만 위태로운 현재의 상황이 생각보다 빨리 홍명보 감독을 부르게 됐고, 심사숙고했던 홍명보 감독도 숙명으로 받아들인 모양새다.
과정이 어찌됐든, 다시 국내 지도자로 바통이 이어졌다. 4번 연속으로 내국인 감독이 선임됐다. 전임 허정무 조광래 최강희 감독 모두 선수로서도 지도자로서도 높은 명망을 쌓았던 이들이고 후임인 홍명보 감독은 한국축구 차세대 지도자군의 선봉격이다. 요컨대 이런 흐름 속에서도 대중에게 신뢰를 줄 수 없다면 향후 국내지도자들의 입지는 줄어들 공산이 크다. 쉽게 말해, “홍명보도 안 됐는데”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
반면 홍명보 감독이 좋은 성과를 거두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이제는 국내 지도자들의 경쟁력이
선수만큼 지도자의 역량이 그 나라의 축구발전에 중요한 몫을 담당하는 것에 공감한다면, 홍명보 시대의 성과는 더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홍명보호의 성패에 국내 지도자들의 미래도 달렸다해도 과언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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