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오지배.’
지난해까지 LG 트윈스의 붙박이 유격수 오지환을 괴롭힌 별명이다. 승부처에서 나오는 결정적 실책 때문에 붙었다. 뛰어난 공격력을 지니고도 수비가 말썽이었다. 그런데 올해는 같은 별명 다른 느낌이다. 일취월장한 수비력에 호평이 잇따른다. 진짜 경기를 지배하는 가치 있는 ‘오지배’로 거듭났다.
LG 트윈스 유격수 오지환이 안정된 자세로 수비를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지환은 올해 급성장했다. 페이스도 2009년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좋다. 60경기서 타율 0.272를 올리며 22타점 45득점 6홈런 10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득점 부문은 이용규(KIA, 46개)에 1개 뒤진 공동 2위(최정, SK)에 올라있다.
하지만 오지환을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은 타고난 공격력이 아닌 수비력이다. 올해 실책은 28일 현재 10개. 적지 않지만 많지도 않다. 대부분 시즌 초반에 저지른 실책이다. 4월까지 7개의 실책을 했지만, 5월 이후 단 3개에 그쳤다. 그라운드 사정이 좋지 않아 적응에 애를 먹었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나온 실책도 1개 남짓 정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유지현 LG 수비코치는 오지환의 수비에 대해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나쁜 습관이 다시 나왔고, 그라운드 적응 문제도 있었다”고 했다. 유 코치가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수비코치로 떠나면서 생긴 문제였다. 유 코치는 “나쁜 습관은 원래 빨리 돌아오기 마련이다. 한 달 이상 자리를 비우면서 체크를 못한 탓이 컸다”고 설명했다. 유 코치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오지환의 습관부터 바로 잡았고, 훈련 시간도 30분 앞당겨 수비에 집중시켰다.
오지환은 부단한 노력 끝에 스프링캠프 때 몸으로 익혔던 수비를 되찾았다. 유 코치도 “수비가 많이 좋아졌다. 집중도 많이 하고 급한 마음이 없어지면서 여유가 생겼다. 자신감이 붙으면서 실책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오지환은 올해 표정부터 다르다. 수비를 할 때 흥분한 모습이 보인다. 지난해 같은 불안하고 급한 마음으로 흥분한 것이 아니다. 수비 자체에 흥미를 잔뜩 품고 있는 표정이다. 바로 인정했다. 오지환은 “올해는 정말 수비가 재밌다. 작년보다 확실히 달라진 건 여유가 생겼다는 것”이라며 “이제 수비에 대한 두려움은 버렸고, 없어졌다”고 강조했다.
이어 “실수를 할까봐 걱정도 하지 않는다. 우리 팀의 내야 수비가 워낙 견고해졌기 때문에 다 잡아줄 수 있을 것 같은 믿음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나도 실수를 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더 집중을 하게 된다”고 했다.
나비처럼 날아서 캐치. 오지환이 타구를 잡기 위해 그라운드를 박차고 솟구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오지환은 시즌 개막 전부터 목표를 세웠다. 최다 실책 불명예를 씻기 위해서다. 그는 “목표는 실책을 15개 이하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즌 초반 그라운드에 적응을 못하면서 까먹은 것들이 너무 아깝다. 사실 실책의 개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결정적일 때 실책을 한 게 한 번밖에 없는 것 같다”고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오지환은 대기만성형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야구를 위한 완벽한 신체조건과 천부적 재능을 타고났기 때문이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도 스프링캠프 때 오지환의
최근 LG의 상승세 기운까지 타면서 오지환의 잠재력도 폭발하고 있다. 오지환은 “체력은 절대 문제 없다”며 “요즘은 정말 어떤 경기를 해도 질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게 정말 행복하다”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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