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K리그 클래식 후반기가 재개된 지난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 전북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서정원 수원 감독은 작전판에 전북의 예상 포진도를 그린 뒤 몇몇 선수들 위에 키를 적어놓았다.
간판 공격수 이동국의 이름 위에 185, 센터백 정인환 위에는 187, 수비형 미드필더 권경원 옆에는 189라는 숫자가 적혀 있었다. 서정원 감독은 특별할 것 없는 것이라고 전했으나 전북 장신선수들의 고공 플레이를 주의하라는 지시였다. 결과적으로 ‘요주의 인물’ 중 가장 높은 숫자가 적혀있던 190의 케빈이 서정원 감독의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케빈이 부활포를 가동했다. 최강희 감독의 복귀와 함께 반전을 도모하고 있는 전북으로서는 고무적인 일이다. 사진= 전북현대 제공 |
하지만 26일 수원전에서 케빈은 달랐다. 신홍기 수석코치 체제로 임한 경기에서 케빈은 이동국과 함께 선발로 나섰다. 이동국의 포스트 플레이를 돕는 2선 공격수 역할을 맡았던 케빈은 서정원 감독이 우려했던 큰 키로 수원 수비진을 시종일관 애먹였다.
단순히 고공 플레이에서만 위력을 발휘했던 것도 아니다. 케빈은 종으로 횡으로 많이 움직이면서 지상에서의 패스 연결에도 역할을 톡톡히 했고 때로는 최후방까지 내려와 수비가감도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역시 활약의 백미는 ‘머리’였다.
전반 4분 만에 상대에게 실점을 허용했던 전북은 불과 1분 뒤 케빈의 호쾌한 헤딩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았다. 레오나르도가 왼쪽에서 크게 올린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케빈이 번쩍 뛰어올라 타점 높은 헤딩슈팅으로 연결,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정성룡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코스가 워낙 좋았다.
2번째 골이었던 이동국의 그림 같은 발리슈팅도 케빈의 공이 크다. 하프라인 아래에서 김상식이 띄운 롱 패스를 수비와의 경합에서 머리로 따낸 케빈의 헤딩 패스가 이동국이 수비를 등지고 돌아서기 좋은 위치에 떨어진 것이 결국 득점으로 연결됐다. 세 번째 골은 다시 케빈의 머리가 직접 불을 뿜었다. 하프라인 오른쪽 아래에서 에닝요가 시도한 오른발 프리킥을 케빈이 백헤딩에 가까운 슈팅으로 방향을 전환했고 또 정성룡 골키퍼를 좌절시켰다.
비록 팀이 5-4로 패하면서 빛이 바랬지만 케빈의 활약상은 발군이었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도 “수비수들이 케빈 맨마킹에 실패했다”는 말로 ‘당했다’는 뜻을 전했다. 작전판에 부담스러운 신장까지 적어두면서 대비를 했으나 알고도 막지 못한 셈이다.
케빈의 부활은 선두권 도약을 노리고 있는 전북 입장에서는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예년에 비해 ‘닥공’의 위력이 반감됐다는 평가를 생각해도 ‘고공폭격기’ 케빈의 부활은 든든하다. 이동국과의 호흡이 꽤 괜찮았던 것도 다양한 옵션이라는 측면에서 반갑다.
국가대표팀을 이끄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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