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프로야구 LG 트윈스의 선발 라인업은 종잡을 수 없다. 정체불명의 변화무쌍한 타순의 붕괴. 그런데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10연속 위닝시리즈 행진을 이어가는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LG는 정해진 타순이 없다. 최근에는 붙박이 톱타자로 나섰던 오지환도 9번으로 돌렸고, 김용의가 올 시즌 처음으로 1번을 맡기도 했다.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것은 중심타선. 정성훈, 정의윤, 이병규(9번)가 클린업 트리오로 정착을 한 정도다. 나머지 타순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물병을 방망이 삼아 타격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또 선수들 스스로도 타순에 연연하지 않는다. LG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이진영은 올 시즌 부상 여파 이후 7번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하지만 불평이나 불만이 없다. 김기태 감독도 그런 이진영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했다. 상하위 경계선이 없는 LG의 타순이 무서운 이유기도 하다.
2일 한화-LG전이 장맛비로 취소된 잠실구장서 만난 김 감독은 “타순은 답이 없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경기를 할 때마다 코칭스태프와 심사숙고해 결정한다. 김 감독은 김무관 타격코치와 유지현 수비코치를 동시에 불러 회의를 통해 결정한다. 타격 컨디션이 좋은 선수로만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닌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감독은 “우리 팀은 홈런을 10개 이상 치는 타자도 없고, 타점을 40개 이상 하는 타자도 없다. 그렇다고 도루 1위를 하는 것도 아니다”라며 “선수들이 서로 뒤에 있는 타자에게 연결시켜주려는 마음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최근 오지환의 타순 변경에 대해서도 “최근 2주 동안 삼진을 많이 당했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주고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9번으로 돌렸지만, 공격이 8번에서 끝나면 9번부터 1번이 되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가장 좋은 방법은 경기마다 바뀌는 타순보다 안정적인 타순의 운용이다. 가끔씩 파격적인 타순 변경으로 분위기를 전환하는 것이 깜짝 효과를 낼 수 있다. 확실한 거포가 없는 LG에서 김 감독이 할 수 있는 맞춤형 선택인 셈이다. 김 감독은 “우리도 30(홈런)-100(타점)을 할 수 있는 타자가 나올 것”이라며 기대감을
LG는 2일 현재 66경기서 팀 타율 0.280으로 9개 구단 가운데 2위에 올라있다. 시즌 내내 상위권을 지키며 무서운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1~9번까지 타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선수들 사이에 쌓인 신뢰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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