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얼마 전 본의 아니게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정인영 KBS N 아나운서(이하 직함생략). ’임찬규(LG 트윈스) 물폭탄 사건’의 피해자에서 졸지에 가해자로 돌변해 버린 기막힌 사연.
갑자기 쏟아지는 관심과 그녀의 의지와 상관 없이 이어지는 확대 재생산. 힘든 시기였지만 잘 참아냈다.
그건 정인영의 스포츠에 대한 뜨거운 사랑과 방송인으로서의 프로 의식이 굳게 자리 잡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터뷰어로서 선수들을 돋보이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철학. 굳게 다물고 있던 ’그 때 그 사건’에 대해서도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야구에 대한 애정이 열정으로 변한 정인영 아나운서는 지난해와는 다른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올해로 2년 차이기에 욕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시즌이다. 지난해보다 질적으로 발전한 모습을 시청자에게 보여줘야 했고, 경력자로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은 시기다.
정인영은 “뭣 모르고 할 때와는 다르다. 인터뷰의 진행을 어떻게 배치할지, 팬들이 궁금해 할 내용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자극적이지 않되 시원하게 긁어주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난해 윤태진 아나운서와 2인 체제로 하루도 빠짐없이 전국 야구장을 누볐던 정인영은 올해 후배들의 입사로 휴일이 생겼다. 하지만 쉬지 않고 야구를 시청하면서 공부했다. 이는 정인영에게 체력 안배와 실력 향상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쉬는 날 집에서 가이드북을 펴놓고 상황마다 생각해서 인터뷰 연습을 한다”고 요령을 밝힌 정인영은 “현장보다는 여유로우니 인터넷을 이용해 그 선수를 알아보고 일구일구에 따라 흐름을 캐치했고 올 시즌의 특징을 머릿속에 넣으려고 한다”며 질 높은 인터뷰를 위한 나름대로의 방법을 소개했다.
지난해보다 발전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정인영은 “선수들과 구단은 팬들에게 더 좋은 경기를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를 전반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애정 있는 질문으로 팬들에게 전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야구도 많이 달라졌고 또 새로이 만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다”며 열의를 보였다.
"임찬규 물벼락 사건"의 당사자였던 정인영은 그동안 털어놓지 못했던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사진=옥영화 기자 |
지난 5월 26일 SK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LG 정의윤을 인터뷰하던 정인영은 임찬규의 물폭탄 세리모니에 자신도 물벼락을 맞았다. “기분이 좋았다면 거짓말이다. 순간 나도 모르게 울컥했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힌 정인영은 “나와 당사자 간의 관계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얽혀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며 당시 속상했던 마음을 전했다.
그날을 떠올리자 금새 정인영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후유증이 꽤나 큰 모양이었다. 이날 물벼락을 맞은 정인영은 결막염에 걸렸고 다음 날 병원 진료를 받고 평소보다 늦은 출근을 했다. 사무실에 들어선 정인영은 한 동안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로 사무실이 분주했고 정인영과 임찬규, 그리고 회사 직원들까지 관련돼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었다.
당시 정인영은 이 사태에 대해 언론에 입을 열지 않았다. “그때는 말할 상황이 아니라 판단했다. 내가 ‘괜찮다’고 말하면 날 보호해준 사람들에게 죄송하고 이 일을 하면서 안 볼 선수들도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며 임찬규의 사과 문자에 답문하지 못했던 이유를 밝혔다. "임찬규 선수에게 정중하게 사과의 뜻이 담긴 문자를 받았다. 사과를 받고 안 받고를 떠나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답답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아버지로서 정인영 아나운서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김기태 LG 감독은 5월 31일 광주 KIA전에서 정인영을 찾아 직접 사과했다. 사태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아 조심스러웠던 정인영은 김기태 감독의 사과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정인영은 “어른이신데 내게 먼저 ‘미안하다’고 말할 때 죄송한 마음이 앞섰다. 김기태 감독님과 LG 관계자, 이병규 선수, 임찬규 선수 모두에게 죄송했다”며 “잘못을 떠나 나 때문에 일주일을 힘들게 보낸 것에 대해 미안했다”며 목소리를 낮췄다.
다시 기운을 차린 정인영은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앞으로 그런 일이 있다 해도 야구장에 못 나오겠다는 생각은 절대 할 수 없다”며 웃었다.
27세에 스포츠 아나운서가 됐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안 나이에 방송을 시작해서 다행이라는 정인영이다. 정인영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인간관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나이인 것 같다. 혼자 버텨야하지만 나 혼자 가려한다면 절대로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감내하고 두루두루 지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인영의 이상형은 ‘같이 있을 때 편한 사람’이다. 혼자 헤쳐 나가야 하는 세상에서 그녀를 아껴주는 사람을 찾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얼굴, 성격, 몸매. 어디 하나 빠질 것 없는 정인영은 현재 남자친구가 없다. 바쁜 일정 속에서 이성을 만날 기회가 적다는 정인영은 “같이 있을 때 편한 사람”을 이상형으로 꼽았다.
“1분 동안 아무 말하지 않아도 편한 사람이 있는 반면 5초만 같이 있어도 ‘무슨 얘기를 해야 하나’라며 불편한 사람도 있다”며 “자신감은 있되 자만하지 않고 자기한테 젖어있는 사람은 별로다. 예의 바르되 자신을 너무 낮추고 위축돼있는 사람도 별로다”라고 말하는 투가 이성관이 매우 뚜렷했다.
정인영의 이상형에 가장 근접한 사람은 바로 그녀의 친오빠다. 한 살 터울의 친오빠는 인터넷 야구 사이트에 “나는 정인영 친오빠다”라고 밝히기도 한 야구팬이자 정인영의 든든한 후원자다. “내가 부탁해서 요즘은 오빠가 사이트 활동을 하지 않는다. 네티즌들이 ’당신이 정인영 오빠면 난 최희 오빠다’라며 안 믿었는데 요즘엔 ‘정인영 오빠 어디 갔냐’고 찾더라”며 웃었다.
정인영의 오빠는 이렇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꾸준히 동생을 응원하고 있다. “오빠는 속이 깊다. 내 상태가 어떤지 다 알면서도 불편하지 않고 오글거리지 않게 편안하게 챙겨준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야구 전문 아나운서이기에 야구선수와 엮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정인영은 “단지 직업적으로 구분을 두고 싶진 않지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하는데 야구선수이기 때문에 좋다라는 건 좀 억지다”고 말했다. 이어 “‘죽어도 야구선수는 안 만나’, ‘꼭 야구선수를 만날 거야’라는 생각은 없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이기 때문에 내가 들어갈 틈도 없을뿐더러 개인적으로 대화할 기회가 없기 때문에 ‘야구선수이기 때문에 좋다’라는 감정이 생긴다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정확하게 입장을 밝혔다.
작은 일에 상처받고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 슬럼프를 겪는다는 정인영은 “팬들의 응원 덕분에 버틴다. 사랑받고 있기에 행복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작은 일에 상처받고 근본적인 고민에 빠져 슬럼프를 겪는다는 정인영은 “팬들의 응원 덕분에 버틴다. 사랑받고 있기에 행복하다”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정인영은 KBS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방송인 강호동, 최강창민(동방신기)과 방송을 하게 됐다. 촬영 종료 후 돌아서는 정인영에게 최강창민이 사진 찍기를 요청했다. “길을 가면서 10명 중 0.5명이 나를 알까 말까인데 아시아의 스타가 나에게 먼저 사진을 요청했을 때 깜짝 놀랐다”며 신기해했다. 이어 “최강창민은 촬영 틈틈이 DMB로 LG 경기를 챙겨봤다. 야구팬인 걸 아니 괜히 반가웠다”고 은근히 최강창민과의 동지애(?)를 느꼈다.
인터뷰를 위해 이날 야구장에 들어서기 전 선수들을 기다리던 팬들과도 사진 촬영을 했다. 정인영은 “야구팬들이 아는 척하는 것이 신기하면
지난해에 비해 야구 지식이 쌓였다는 정인영은 “예전과 똑같을 수 없다. 내가 ‘야구는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예전과 똑같이 인터뷰할 순 없다”며 “알면 알수록 매력적인 야구가 좋다. 꾸준히 발전되는 모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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