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인천) 임성일 기자] 이천수가 인천유나이티드 동료들에 대한 든든한 신뢰감을 전했다. 연장까지 이어진 상주상무와의 FA컵 16강은 이천수가 동료들에게 보낸 신뢰의 이유 그리고 인천이 현재 왜 잘 나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한판이었다.
인천이 10일 오후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상주상무와의 FA컵 16강전에서 전후반 90분을 1-1로 마친 뒤 연장후반 3분에 터진 남준재의 극적인 결승골로 2-1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했다. 인천의 끈끈한 저력이 돋보였던 경기다.
인천에 왜 잘 나가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FA컵 16강이었다. 이천수가 왜 동료들을 그렇게 믿고 있는지, 인천다움의 끈끈함이 무엇인지 잘 보여줬다. 사진= MK스포츠 DB |
경기 전 만난 김봉길 인천 감독은 “아킬레스가 워낙 약한 근육이기 때문에 조심스럽다. FA컵도 그렇고 정규리그도 그렇고, 중요한 순간이라 이천수가 뛰어주면 좋겠지만 더 악화될까봐 무리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제 재활을 마치고 조금씩 훈련에 들어가고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하프타임이 끝난 뒤 관중석에서 만난 이천수는 “아무래도 공백기의 영향이 있는 것 같다”는 말과 함께 상처부위를 만지며 멋쩍게 웃었다. 이천수는 지난 6월26일, 통증이 어느 정도 있었던 상황에서 무리하게 성남과의 경기에 출전, 상태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최소 2주 정도는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천수는 “그리 심각한 상태에서 발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래도 다행이다. 더 중요한 순간이 다가오기 때문에 지금 완전히 회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말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전했다. 그리고는 이내 웃으며 “뛰지 못하니까 팀이 더 잘한다”면서 필드를 가리켰다.
이날 인천은 주전들을 대거 빼고 사실상 1.5군을 투입했다. 베테랑 김남일을 비롯해 남준재 박태민 디오고 안재준 이석현 구본상 한교원 등 주축멤버들이 모두 스타팅에서 제외됐다. 김봉길 감독은 “정규리그 일정이 빡빡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 좀 더 강한 선수들을 넣었다”는 말로 어느 정도 주전들의 체력안배를 했다는 뜻을 전했다.
전력이 다소 약해질 수 있는 구성이었으나 인천의 1.5군은 ‘국가대표급’ 면면의 상주상무와 맞서 전혀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1부리그 클럽을 잡겠다는 자존심으로 나선 상주의 공세가 거셌으나 오랜만에 출전 기회를 잡은 인천 선수들의 의지는 전혀 밀리지 않았다.
0-0으로 전반이 끝난 것을 지켜본 이천수는 “팽팽하다. 상주에 워낙 좋은 후배들이 많다. 좋은 팀이다. 아마 (김봉길)감독님은 연장까지도 고려하면서 주전들 교체투입 시간을 볼 것 같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우리 선수들이 전혀 밀리지가 않는다. 누가 나가도 인천은 강하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그만큼 인천의 스쿼드가 질적양적으로 풍부해졌다는 방증이다.
이어 이천수는 “훈련 때 주전팀과 비주전팀으로 연습경기를 붙어도 주전팀이 번번이 진다. 워낙 다들 잘한다”면서 “그것이 인천이 강해진 이유”라고 선배로서, 한 팀원으로서 든든한 신뢰를 전했다.
이천수의 응원과 믿음이 전해진 탓일까. 인천은 후반 시작 3분 만에 찌아고의 선제골로 경기를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주의 반격은 만만치 않았다. 후반 27분, 하태균이 오른쪽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정확한 헤딩슈팅으로 동점골을 뽑아냈다. 승부는 원점이었다.
원점이었으나 상주 쪽 기세가 더 좋았다. 동점골 이후 전체적인 흐름은 상주가 가져갔다. 김봉길 감독이 더 이상 주전들의 휴식을 보장하지 못하고 디오고 이석현 남준재를 투입했으나 상주로 한 번 넘어간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연장에 들어가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주의 공격이 거셌고, 인천이 고전하는 양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또 인천이라는 팀의 현재 수준을 볼 수 있었던 경기 내용이다.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불 같이 일어난 상주의 흐름을 막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천은 밀리는 듯 결정적인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팀’으로서의 끈끈함이었다. 김봉길 감독이 누누이 강조하는 인천의 색깔인 ‘모두가 공격하고 모두가 수비했던 힘’이 아니었다면 쓰러질 상황이 여러 차례 있었다.
인천의 끈끈함의 백미는, 모두가 승부차기를 예상하고 있던 시점에 나온 결승골이다. 연장 전반이 끝나고 후반으로 들어갈 때 양팀 선수들은 모두 지쳐있었다. 정확한 공격진행이 쉽지 않았다. 그때 남준재의 집중력이 빛났다. 연장후반 3분, 상주지역 페널티에어리어
자존심 강한 이천수가 흐뭇한 미소로 바라보던 동료들을 향한 믿음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봉길 감독이 “이제 인천은 인천다운 색깔이 생겼다”고 말한 흐뭇함에도 이유가 있었다. 인천이 왜 지금 잘 나가고 있는지 보여줬던 상주와의 FA컵 16강이었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