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임성일 기자] 홍명보는 자타공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선수였다.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을 시작으로 1994년 미국월드컵과 1998년 프랑스월드컵 그리고 대미를 장식했던 2002년 월드컵까지, 대한민국 대표팀 수비라인의 기둥은 늘 홍명보였다. 새내기였을 때도 노장이었을 때도 그는 늘 중심이었다.
그 세월 속에서 쌓아올린 홍명보의 A매치 기록은 135회에 이른다. 지금껏 단 9명만 이름을 올린 대한민국의 센추리클럽 가입자(차범근-121경기, 홍명보-135경기, 황선홍-103경기, 유상철-122경기, 김태영-105경기, 이운재-132경기, 이영표-127경기, 박지성-100경기) 중에서 최다출전자다. 얼마나 한결같은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A매치 135회에 빛나는 국가대표선수의 아이콘 홍명보 감독이 실추된 국가대표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선수들에게 변화를 강조하고 있다. 사진(파주)= 옥영화 기자 |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도 홍명보 감독과 국가대표팀의 연결고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코치로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을 보좌해 2006년 독일월드컵에 참가했던 지도자 홍명보는 이제 2014년 브라질월드컵에 감독으로서 다시금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사명감을 어깨에 짊어지게 됐다. 브라질로 향하는 첫 발과 다름없던 1기 멤버 발표장에서 홍 감독은 국가대표로서의 가치를 강조했다.
11일 파주NFC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홍명보 감독은 “이번 동아시안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대표팀의 가치를 다시 끌어올리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러기 위해 “모든 경기에서 혼신의 힘을 쏟을 것”이라는 출사표를 전했다. 수장 스스로 다부진 각오를 품은만큼 선수들도 그에 합당한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홍 감독은 “선수들에게 가장 먼저 지시한 것은 ‘변화’라는 부분이다. 그 변화에는 많은 것이 포함된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변해야할 것이다. 17일 혹은 18일 시작될 첫 소집부터 변화되는 마음 없이 이곳(파주NFC)에 들어오지 않는 선수가 있다면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말로 대표팀 전체의 큰 변화를 암시했다.
실상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 부임과 동시에 ‘정신’ ‘자세’ ‘예의’ ‘기강’ 등 일맥상통한 부분들을 강조해왔다. 감독 취임 후 첫 공식행보가 전임 국가대표팀 감독이던 최강희 감독을 찾아가 예를 갖춘 것도 그런 이유와 맞물린다.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그리고 대표선수들의 자세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 지적되고 있다. 언론을 통해 지적된다는 자체로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고 있으니까 대표팀의 위상이 떨어지고 있다. 국가대표팀이라는 무게감 자체가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는 말로 변화가 필요함을 피력했다. 그 변화는 작은 것부터 하지만 중요한 마음가짐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홍명보 감독은 “예전에 대표팀 코치로 보좌할 때도 파주에 입소할 때 티셔츠 달랑 입고 오거나, 모자를 눌러 쓰고 오거나,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오는 선수들이 탐탁지 않았다. 사실 올림픽대표팀 때부터 예를 갖추는 것을 시도하려 했으나 어린 선수들이라 옷이 많지 않아 실패했다”고 농담을 섞은 뒤 “앞으로는 옷도 깨끗하게 갖춰 입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여기서의 ‘옷’이란, 자세의 다른 말이다.
홍 감독은 “선수들의 첫 걸음은 (차를 타고 숙소 건물로 오는 것이 아닌)파주NFC 정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파주에 들어오는 순간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기자회견이 몇 시간이 지난 뒤, 실제로 대한축구협회는 미디어 공지를 통해 선수들의 파주NFC 입소 준수사항을 전달했다. Y셔츠와 넥타이를 착용한 정장상의와 구두를 착용한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의 아이콘과 같았던 홍명보 감독이 추락한 국가대표팀 그리고 국가대표선수의 가치 정립부터 시작하려하고 있다. 이는 과거로의 회귀나 도태의 문제가 아니다. 기본부터 다시 출발하자는, 진짜 변화를 위한 단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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