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걸그룹 달샤벳의 ’깜찍이’ 수빈이 야구장에 떴다. 인생을 논하기엔 한참 이른 만 19세의 소녀. 그런 그녀가 야구를 ‘인생의 거울’이라고 정의한다. 거침없이 당찬 수빈과의 야구얘기는 신선했다.
‘턱돌이’에게 기습뽀뽀 퍼포먼스를 하는 당돌함은 풋풋함 그 자체다. 한 편파중계방송 광고 때문에 오해를 받았지만 야구가 좋은데 ’그깟 정도 쯤이야’라고 코웃음치는 대범함도 살짝 비친다.
신곡 발표와 방송출연으로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야구중계방송은 빼놓지 않고 본방사수한다는 수빈. ’야구장의 女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수빈에은 야구를 통해 시구자로 나선 것에 대해 “어쩌면 지금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이끌어준 가장 고마운 기회였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지난 9일 수빈은 넥센 히어로즈의 시구자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2011년 5월 5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와 LG 트윈스의 경기에서 시구한 이후 876일 만에 다시 한 번 시구자로 나섰다.
잔뜩 들뜬 얼굴의 수빈은 “정말 기쁘고 신난다”는 말을 연신 되뇌며 그라운드를 쳐다봤다. 경기 시작 2시간 30분 전에 이미 야구장에 도착한 수빈은 장맛비로 오락가락하던 우중충한 날씨에 “설마 우천 취소되는 건 아니겠죠”라며 걱정 섞인 말투로 시구연습에 한창이다.
하루에도 여러 명의 아이돌이 데뷔했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2011년 처음으로 시구자로 나섰던 당시, 신인이었던 달샤벳 역시 이름 알리기에 급급했다. 우연한 기회로 시구자로 나섰던 수빈은 넥센 마스코트 ‘턱돌이’에게 기습뽀뽀를 하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날 수빈의 퍼포먼스는 화제가 돼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수빈에게 야구는 특별하다. 야구를 통해 이름을 알린 수빈은 “어쩌면 지금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게 이끌어준 가장 고마운 기회였다”며 두 손을 모은 채 말을 이어갔다. “시구는 유명인들이 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신인이었던 내가 시구자로 마운드에 오른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기뻤다.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한 번 하기도 힘든 것이 시구인데 나는 두 번째다. 내가 잘 났다기보다 나를 기억해주는 야구팬들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드린다”며 인사했다.
첫 시구 이후 가장 뿌듯했던 일은 따로 있었다. 수빈은 “외할머니께서 편찮으셨는데 시구하는 모습을 보시고 기운을 차리셨다. 손녀가 씩씩하고 발랄하게 시구하는 모습을 보시고 기뻐하셨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내 몸도 잘 못 가두는 허당”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수빈은 패대기 시구에 대해 “멋지게 하고 싶었는데 아쉽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소중한 추억이기에 감사히 받아들이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20살이 된 수빈은 다시 시구자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젠 성인이니 퍼포먼스 2탄을 준비했다”며 즐거워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처음 시구를 했던 2011년. 시구를 마치고 내려오던 수빈은 ‘턱돌이’에게 기습뽀뽀 퍼포먼스로 인터넷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수빈은 “‘턱돌이’ 오빠가 ‘넌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과한 퍼포먼스는 안 된다’고 말했다. 나를 배려해줬던 것에 대해 고마웠다. ‘턱돌이’ 오빠는 나에게 ‘네가 관중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퍼포먼스를 해봐라’라고 제안했고 나는 어린 나이를 무기삼아 당돌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는데 떨리면서도 기분이 업(Up)돼 ‘턱돌이’ 오빠에게 기습뽀뽀를 했다”고 그 날의 퍼포먼스의 뒷 이야기를 말했다.
하지만 당시 미성년자였던 수빈이었기에 퍼포먼스가 과했다는 대중의 지적이 있었다. 수빈은 그 때를 기억하며 “‘턱돌이’ 오빠에게 미안하다”고 한 숨 쉬었다. “재미로 한 것인데 안 좋은 소리가 들려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내가 ‘턱돌이’ 오빠에게 응원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친분을 쌓아 지금은 친남매같이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시구인연으로 수빈은 ‘턱돌이’를 이번 신곡 ‘내 다리를 봐’ 뮤직비디오 촬영에 초대해 함께 출연했다.
만 19세가 된 수빈은 다시 시구자로서 마운드에 올랐다. “이젠 성인이니 퍼포먼스 2탄을 준비했다”며 즐거워했다. 이날 수빈은 ‘턱돌이’를 향한 프로포즈 퍼포먼스를 펼쳤다. 수빈은 ‘오빠! 저 이제 스무살 됐어요. 제 사랑을 받아주세요. 턱돌♡수빈’이라 쓴 피켓을 들고 ‘턱돌이’에게 기습뽀뽀를 했다.
수빈은 "야구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룹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재미를 떠나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지난해 수빈은 한 프로야구 편파중계방송의 광고를 찍었다. 'Yagus'라고 적힌 타팀 팬들 사이에서 KIA 타이거즈를 응원하는 한 여성팬으로 등장했다. 광주 출신인 수빈이었기에 전라도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다는 이유였다.
상황만 던져진 분위기에서 수빈은 다양한 버전으로 2시간 동안 촬영했다. 방송으로 보여진 수빈의 대사는 모두 애드리브였다.
촬영 당시를 떠올린 수빈의 입가에 웃음이 가득했다. 수빈은 “야구를 사랑하는 팬 입장이 되니 흥분이 됐다. 촬영장의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다. 실제로 다른 구단을 응원하는 팬들도 있었는데 내게 ‘정말 재밌다’며 칭찬해줬다”며 흐뭇해했다. 하지만 몇몇 타구단의 팬들에게 질타를 받기도 했다. 수빈은 "안타가 아닌 상황을 안타라고 우기는 수빈의 모습이 얄밉게 보였나보다. 하지만 모두 연출된 모습이라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수빈은 “오래전부터 야구를 좋아했던 것은 아니지만 나도 이젠 야구팬이라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어느 한 구단만 응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야구는 단체 스포츠이기 때문에 그룹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큰 교훈을 준다. 재미를 떠나 배울 점이 많다”고 말했다.
수빈에게 있어 야구는 ‘인생의 거울’이다. 수빈은 “야구란, 힘든 걸 풀어줄 있는 해법”이라고 정의했다. 사진=옥영화 기자 |
수빈에게 있어 야구는 ‘인생의 거울’이다. 수빈은 “야구란, 힘든 걸 풀어줄 있는 해법”이라고 정의했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열렬한 야구팬이라고 자부하는 수빈이다. 시구 이후 야구팬이 된 수빈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야구경기를 꼬박꼬박 챙겨본다고 한다. “경기장에 못 오는 대신 휴대폰 DMB로 야구경기를 본다. 야구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같다”고 말했다.
수빈은 좋아하는 야구선수로 넥센 강정호의 이름을 외쳤다. “국가대표 선수라 잘 한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전 시구 때 경기를 보면서 강정호 선수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고 듬직해 보인다고 느꼈다. 멋있다”라며 수줍게 웃었다.
달샤벳은 6인조 걸그룹이다. 한 그룹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수빈은 “치어리더의 공연도 내 생활에 많은 도움이 된다. 분
수빈은 “야구가 정말 좋다. 룰은 잘 몰라도 야구장을 보면 마음이 편하다. 자유로운 분위기와 흥겨운 응원문화가 답답한 내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수빈에게 있어 야구는 잠시 일상에서 탈출시켜주는 돌파구와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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