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한 선수가 없다고 해서 야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은 4일 휴식기에 들어가기 전인 11일 목동구장에서 "서건창의 복귀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서건창의 부상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만약 복귀하더라도 즉시 전력에 투입시키지 않겠다는 뜻도 담겨있다.
초반 붙박이 톱타자이자 2루수의 복귀가 반가울 법한데, 이와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선수 각자에게 책임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염경엽 감독은 “특정 선수 때문에 경기에서 이기는 것이 아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채워서 (경기를) 하는 것이 프로다”라고 주장했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서건창의 공백을 '내가 해결해야 한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경기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염 감독은 “한 선수가 없다고 해서 야구를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 같은 걱정을 하는 것 자체가 팀을 약하게 하는 것이다”라며 “승부세계에서는 어떤 것도 인정되지 않는다. 부상으로 성적을 못 냈다는 말은 핑계일 뿐이다”고 했다.
서건창은 지난달 오른 새끼 발가락 골절로 전력에서 빠졌다. 당시 서건창은 57경기 출장 타율 2할5푼4리로 13타점 37득점 17도루를 기록 중이었다. 빠른 발과 재치있는 수비를 펼쳤던 서건창이었기에 그의 부상은 전력 손실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본 넥센이다. 서건창 대신 1군으로 콜업된 문우람이 타격과 수비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며 활약하고 있다. 2루 수비에는 서동욱과 김지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 서건창의 공백을 덮었다.
지난 오키나와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확실한 백업 수행능력을 키운 것이 효과를 본 것이다. 염경엽 감독은 “주전 선수가 빠졌을 때 경기를 어떻게 끌어가야 하는지를 대비했다. 만약 파워가 떨어져 타격감이 떨어졌다면 뛰는 것으로 대체하는 등의 실험을 해봤다”고 설명했다.
또 하나는 '연패의 효과'라고 말하는 염경엽 감독이다. 지난달 8일 KIA전을 시작으로 21일 NC전까지 8연패를 당했던 넥센이다. 당시 팀 내 불미스런 사건으로 인해 사기가 저하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감독과 코칭 스테프는 물론 선수들까지 “핑계일 뿐이다”라며 고개를 저었다.
선수들은 더 똘똘 뭉쳐 연패를 끊었고 뒤쳐진 선수가 있다면 협심해서 끌고 나갔다. 그 결과 연패 뒤 9승6패(승률 0.600)로 되살아난 넥센은 4위까지 떨어졌던 순위를 2위까지 끌어 올렸고, 올시즌 가장 먼저 40승에 선착했다.
4일 휴식기에 들어간 넥센은 완전한 휴가도 없지만 완전한 훈련도 없다. '야구에 맞춰 생활하라'는 염경엽 감독의 철칙에 따라 야간훈련
휴식기 동안 LG가 2위를 탈환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는 터. 다시 재개될 치열한 상위권 순위경쟁에서 넥센의 효과가 다시 이뤄질지 기대된다. 넥센은 휴식기가 끝나는16일 문학구장에서 SK와 2연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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