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대전시티즌은 부산아이파크와의 원정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밖에서 바라보기에는 특별할 것 없는 무승부지만 대전에게는 아주 특별한 이정표였다.
이날은 대전이 올 시즌 처음으로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친 날이다. 부산전은 2013 K리그 클래식 17라운드였다. 시즌 개막 이후 17경기 만에 자신들의 골문을 열어주지 않고 경기를 마쳤다는 뜻이다. 넣지도 못했으나 먹지는 않았던 날, 대전의 김인완 감독은 “부산전에서 후반기 반전의 희망을 찾았다”는 소감을 전했다.
대전시티즌이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타박할 수는 없으나 과연 절망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사진= MK스포츠 DB |
3일 수원에서 열린 16라운드 원정에서 대전은 1-3으로 완패했다. 어떻게든 승점 1점이라도 따내려고 전진을 스스로 자제했으니 골을 넣기 힘들었다는 것은 이해한다. 하지만 실점하지 않으려고 내려서기만 했지 전혀 조직적이거나 악착같은 면이 보이지 않았던 수비의 허술함은 이해는커녕 당황스러웠다. 과연 싸우고자 하는 ‘전의’는 있었는지 의심이 될 경기였다. 원정 응원석을 채워준 20~30명 남짓 ‘진짜 팬’들에게 미안했어야할 경기였다.
때문에 부산전 무실점이 고무적인 결과이기는 했다. A매치 브레이크 이후 재개를 알리는 6월23일 경남 원정에서 무려 6골을 내주면서 0-6 완패를 당했던 대전은 6월30일 전남과의 경기에서 1-2로 무너졌고 언급한 수원원정에서도 패했다. 휴식기 이전 성남전(5월25일)에서의 0-2 패배까지 포함하면 4연패 중이었다. 때문에 김인완 감독의 무실점 무승부에 따른 ‘희망노래’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희망을 노래하는 것을 타박할 수는 없으나 과연 절망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대전은 13일 열린 울산과의 18라운드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경기 후 김인완 감독의 소감은 “공격수들의 자신감이 부족했다”였다. 이날의 소감은 사실 “팬들에게 미안하다”였어야 했다.
18라운드 현재 1승6무11패, 14개 참가 클럽 중 유일하게 아직도 한 자릿수 승점인 9점에 그치고 있는 대전의 순위는 14위다. 18경기를 치르는 동안 뽑아낸 골은 13골에 불과한데 내준 것은 39실점이나 된다. 골득실이 무려 -26이다. 13위 대구가 -15, 12위 강원이 -13인 것을 감안한다면 심각한 수준이다.
후반기 들어, 사실상 수원전을 전후로 김인완 감독의 경질설이 진지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부산전의 ‘희망적인’ 무승부 이후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분위기이기는 하지만, 분명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전이다.
김인완 감독이 물러나야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고 과연 그 대책을 세우고는 있는지 성토하고 있는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야할 때라는 조언이다. 올 시즌의 성적을 떠나, 대전시티즌이라는 팀의 중요한 갈림길이 될지도 모르는 큰 위기인 까닭이다.
지난해 1부 잔류를 성공시킨 유상철 감독은 나름 호평을 받았음에도 ‘이대로는 다음 시즌이 불안하다’는 구단의 판단과 함께 경질됐다. 팬들은 아쉬움에 눈물을 뿌리면서 유상철 감독을 보냈다. 이대로는 안 될 것 같다는 구단의 단호함을 믿고 기다렸다. 그렇게 정비된 올 시즌인데, 너무도 형편없다.
대전이 올 시즌 승리한 경기는 지난 3월31일 인천과의 4라운드 원정경기가 유일하다. 1경기에서 2골을 뽑은 경기도 당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경기당 1골도 뽑지 못하는 팀, 그러나 2골씩은 내주는 팀, 그래서 골을 먹으면 절대로 이길 수가 없는 팀인데, 무실점 경기는 지금껏 단 1경기에 불과했던 팀이 2013년 대전이다.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전 팬들이 ‘축구특별시’라 말하는 자부심과 자긍심은 성적과는 별개의 문제다. 이관우(가운데) 김은중 최은성 등은 여전히 그들의 별이다. 그런데 대전 팬들이 점점 떠나가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DB |
늘 재정적으로 힘들어도, 언제나 성적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못해도 대전의 자줏빛 서포터들이 당당했던 것은 그 역사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시즌은 너무 무기력하다. 지금의 상황이라면 2부 강등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팀은 대전으로 보인다. 구단 내부적인 판단은 다르다면, 희망을 말하는 것을 타박할 수는 없으나 분명 현실인식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지원이 신통치 않았던 판에 2부로 떨어진다면 그마저도 줄어들지는 않을까 심히 걱정스럽다. 축구인들이 우려하는, ‘2부 강등=해체’ 수순이 대전시티즌이라는 역사의 팀에서 나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 지금
팬들이 떠나가고 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도대체 팀이 어디로 가는지 모르겠다”는 답답한 토로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진짜 깜깜해지기 전에, 답 없이 갑갑해지기 전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대전시티즌이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