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파주)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내린 지시인 ‘복장 준수’와 ‘정문부터 도보 입소’가 선수들의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은 오는 20일부터 국내에서 열리는 동아시안컵에 임할 23명의 명단을 발표한 뒤 축구협회를 통해 <축구대표팀 소집일 선수단 입소 준수사항>이라는 공지사항을 전달했다. 선수들이 준수할 것은 크게 2가지였다. 하나는 복장이고 둘째는 입소 방법이다.
홍명보 감독이 제안한 ‘복장 준수’와 ‘정문부터 도보 입소’가 선수들의 마음에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파주)= 김영구 기자 |
입소하는 방법과 동선도 바뀌었다. 지금까지는 개인차량 혹은 에이전트의 차를 타고 숙소 앞까지 이동했던 것이 관례였다. 유명 차량의 전시회 같은 분위기가 연출됐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이를 금했다. “선수들의 첫 걸음은 (차를 타고 숙소 건물로 오는 것이 아닌)파주NFC 정문에서부터 시작될 것이다. 파주에 들어오는 순간 어떤 마음을 가져야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발언과 함께 ‘시작점’이 달라졌다.
17일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정해졌던 입소시간에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이는 다름 아닌 홍명보 감독 본인이었다. 솔선수범이었다. 홍 감독은 “개인적으로 파주에 처음 들어왔을 때가 2001년으로 기억하는데, 그때 생각이 난다. 개인적으로도 나를 뒤돌아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면서 “짧은 구간이지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스스로 제안한 ‘복장 준수’와 ‘정문부터 도보 입소’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다. 선수들의 생각도 대동소이했다.
대표팀 최고참으로 엔트리에 속한 염기훈은 “1년여만의 대표팀 재발탁인데다 이런 방식으로의 입소는 처음이라 상당히 떨린다”면서 “아무래도 마음을 다잡는 새로운 계기가 되는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FC서울의 캡틴 하대성 역시 “확실히 책임감이 든다. 티셔츠 차림이었을 때는 마음가짐도 가벼웠는데 복장을 갖춰 입다보니 마음가짐도 진지해지는 것 같다”는 뜻을 전했다. 제주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서동현은 결혼식 때 입었던, 딸의 돌잔치 때나 입었던 아끼는 정장을 다시 꺼내 입고 파주로 들어왔다고 했다. 이런 것이다.
홍명보 감독이 말한 ‘옷’이란, ‘걸음’이란 곧 국가대표 선수로서의 자세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경건한 의식과 같은 것이다
새로운 출발, 새로운 시작에 앞서 홍명보 감독은 뒤를 보자고 선수들에게 말하고 있었다. 많이 가벼워진 국가대표팀에 대한 외부의 인식을 바꾸고 대표선수로서의 사명감을 고취시키기 위한 ‘옷’과 ‘걸음’이 작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변화는, 작은 것에서 시작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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