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어둡다. 최악의 전반기였다. 한국시리즈 10회 우승, 통산 1476승의 ‘승부사’ 김응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지만 최하위로 곤두박질 쳤다. 막내 NC에게도 밀렸다. 되려 지난해에 비해 많은 것이 후퇴한 듯 한 느낌마저 있다. 다이너마이트는 아직 불발탄. 마운드는 역대 최약체에 가깝다. 한화 선수단과 감독과의 궁합은 의문. 신뢰가 사라졌다. 류현진 없는 한화의 암흑기가 도래했다.
암흑기다. 캄캄하다. 사진=MK스포츠 DB |
▲ 강점(Strength)
최진행은 4월 부진을 씻고 5월 이후 3할2푼2리 8홈런 30타점으로 중심타자의 위용을 떨쳤다. 김태균은 커리어로우 시즌에도 3할 타율과 볼넷 1위를 지켰다. 바티스타와 송창식은 선발과 불펜의 기둥으로 힘든 풀타임 1년차 전반기를 꿋꿋하게 버텨냈다. 추승우는 깜짝 3할 타자의 계보를 이을 기세. 송광민은 복귀 후 클러치 히터로 맹타 행진. 덧붙여 한화의 팬들은 언제나 최고다.
▲ 약점(Weakness)
류현진과 2012년의 김태균이 없다. 투-타 모두 최악의 성적을 냈다. 팀 평균자책점은 역대 가장 높았던 지난 2009년 5.70보다 조금 낮은 5.67을 기록했다. 고정 선발은 셋. 바티스타(4.25)-김혁민(5.52)-이브랜드(6.01)의 평균자책점 4,5,6점대 선발. 실험이 계속되는 4~5선발은 지난해 얼굴이 사라졌지만 아직 주인이 없다. 불펜은 필승조와 패전조의 보직 구분이 없다. 송창식이 허약한 불펜을 홀로 지탱했다. 팀 타율(0.257)과 팀 홈런(26) 모두 최하위로 정확도와 한 방 능력 모두 잃었다. 주전 안방마님은 여전히 외출 중이다. 한화와 김응용 감독의 궁합은 전반기 내내 삐걱거렸다. 신뢰가 사라졌다. 가장 큰 약점은 팀 케미스트리, 정신력의 부재일 지 모른다.
▲ 기회(Opportunity)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 역설적으로 최악의 전반기는 반등을 위한 쓴 경험이 될 수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화는 시즌을 치를수록 경기력이 좋아졌다. 김태균은 부활 가능성이 훨씬 높은 타자. 송광민, 정현석의 복귀파는 후반기 더 좋아질 수 있다. 추승우, 한상훈, 이대수, 고동진 4명의 노장 타자들도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플래툰 시스템과 경쟁 구도로 야수진 자원 자체가 늘어난 것도 호재. 수비 역시 시즌 초에 비해 많은 부분 개선됐다. 마운드에는 셋업맨 박정진이 가세했다. 임기영-조지훈-조정원-임익준-송창현-이태양 등의 신예는 경험을 쌓았다.
▲ 위협(Threat)
시행착오가 시즌 내내 계속되지 말란 법도 없다. 긴장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오랜만에 현장에 복귀한 코칭스태프는 현실과 요즘 야구에 적응을 못한 모습. 작전 시도는 가장 적고, 경기 중 교체는 가장 많다. 단죄의 선택은 ‘개작두’를 불러들이는 ‘포청천’처럼 단호하지만, 그와는 다르게 뚜렷한 원칙은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경기에 나서는 선수들의 심정은 2군에서 막 콜업된 선수와 다를 것이 없다. 벼랑 끝에 선 선수들은 당연한 ‘부담감’을 이겨낼 수도 있지만 무너질 수도 있다. 보직구분 없는 마운드 운용과 선발 로테이션 부재는 장기적으로 득이 될 것이 없다. 리빌딩의 부담감과 성적 사이에서 갈팔질팡하다가는 최악의 시즌을 보낼 가능성도 있다. ‘One Team’(원 팀)이 되지 못한 팀은 표류한다.
김응용 감독과 한화 이글스의 현재 모습은 위험한 동거에 가깝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