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누군가는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몇 번의 기회가 더 있을 것이다. 지금 명단에 들어와 있지 않은 선수들을 포함해 경쟁은 시작됐다. 모두 긴장해야 할 것이다. 제로 상태에서 시작할 것이다.”
지난 11일,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축구 국가대표팀 멤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홍명보 감독이 던진 강한 화두다. 더 높은 곳을 향해 ‘변화’를 강조한 홍명보 감독은 “당장의 동아시안컵보다는 1년 뒤 월드컵에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들을 염두했다”는 말로 1기 승선인원 발탁배경을 설명했다. 1년이라는 시간은 짧지만, 그렇기 때문에 조건도 선입견도 없이 원점에서 출발하겠다는 각오다.
홍명보호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난 도전자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원점에서 뜨거운 경쟁이 불 붙었다. 사진(파주)= 김영구 기자 |
최고참으로 팀에 합류한 염기훈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와서 떨린다. 지금은 우선 주전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이 먼저다”면서 “(대표팀 경력은 내가 많지만)분위기를 파악해야하는 것은 오히려 나다. 홍 감독님과의 경험이 많은 선수들을 빨리 쫓아가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아무래도 ‘홍명보의 아이들’을 의식한 발언이다.
근래 주가를 드높이고 있는 울산의 장신 공격수 김신욱 역시 홍명보 감독과는 큰 연이 없다. 때문에 “먼저 홍명보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 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내가 어떤 플레이를 펼쳐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는 말로 새로운 리더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노력을 어필했다. FC서울 출신의 하대성과 고요한 역시 마찬가지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합류한 고요한은 “홍명보 감독님과는 특별한 인연이 없었다. 대표팀에 뽑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사실 얼떨떨했다. 지난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는 말로 새 출발에 대한 의지를 전했고, 역시 국가대표팀 소속으로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하대성도 “포지션별로 경쟁을 펼쳐야하는 것, 최선을 다해야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가대표다운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겠다”는 표현으로 다부지고 절실함을 밝혔다.
대표팀 발탁 소식을 듣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제주의 공격수 서동현은 “(김)신욱이나 (김)동섭이나 모두 좋은 경쟁자다. 같이 훈련하고 경쟁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자세를 낮췄고 FC서울의 측면 공격수 윤일록 역시 “기회를 주신 홍명보 감독님께 감사드린다.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다. 이번에는 반드시 살아 남겠다”는 말로 의지를 밝혔다.
경쟁에 대한 설렘과 두려움은 비단 홍명보 감독과 특별한 연이 없던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런던올림픽과 그 이전 청소년대표팀부터 호흡을 맞췄던 ‘홍명보의 아이들’에게도 안일함은 끼어들 상황이 아니다.
부상에서 회복한 뒤 오랜만에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홍정호는 “나는 도전자의 입장으로 들어왔다. 감독님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어야할 것”이라는 비장함을 전했다. 과거 홍명보호의 캡틴이자 수비라인의 기둥으로 불렸던 홍정호지만, 과거는 잊었다는 뜻이다.
역시 홍명보 감독의 총애를 받고 런던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영권 역시 “올림픽대표팀 때와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면서 “지난 이란전이 끝난 뒤 많이 반성했다”는 말로 절치부심의 각오를 밝혔다.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과의 8차전에서 자신의 실수가 빌미가 돼 0-1로 패했던 것을 떠올리는 동시에 올림픽대표로 묶였던 과거는 생각지 않겠다는 각오였다.
홍명보 감독이 이전과는 다른 ‘복장’을 갖춰 입고, 이전과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도전자의 자세로 홍명보호에 탑승했다. 원점에서의 초심이다. 푹푹 찌는 날씨보다도 뜨거운 축구 대표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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