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는 돈이다. 자신이 받은 몸값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결과’를 내야 한다. 그게 성적이든, 관중 동원 능력이든. 2013 프로야구 전반기, 기대 이상으로 잘 한 선수도, 아니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도 있었다.
‘가성비’라는 말이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의 비용을 뜻하는 말이다. 가성비가 높다는 건 저렴한 가격의 상품이면서 품질은 뛰어났다는 뜻이다. 이에 가성비가 높았던 선수들을 꼽아봤다.
몸값 이상으로 잘 한 선수가 워낙 많았기에 나름 기준을 정했다. 연봉이 3000만원 이하이며, 팀 경기의 절반 이상은 소화한 선수로 범위를 좁혔다. 또한 과거 뚜렷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던 ‘무명’ 선수에겐 가중치를 뒀다.
2013 프로야구 전반기 최고의 신데렐라는 유희관이었다. 2600만원의 유희관은 25만달러의 올슨도 못한 엄청난 일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 투수 - 2600만원의 유희관 ‘군계일학’
투수 부문 신데렐라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서울 잠실구장을 함께 쓰는 두산과 LG의 소속 선수로 유희관(두산)과 신정락(LG)이다.
유희관? 개막 전 이 이름이 귀에 익숙한 자는 많지 않았다. 2009년 전체 42순위로 두산에 지명된 그의 계약금은 4000만원. 올해 연봉도 2600만원에 불과하다. 통산 프로 성적도 21경기가 전부. 그의 이름은 생소했고, 그 누구도 그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하지만 전반기를 마친 현재 가장 빛나는 별이 됐고, 그 누구보다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두산은 1년도 안 돼 ‘제2의 노경은’을 발굴했다. 이제 그가 없는 두산 마운드는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유희관의 전반기 성적은 5승 1패 1세이브 3홀드. 느림의 미학이라는 별명도 생겼다. 평균자책점이 2.33으로 양현종(KIA·2.30)에 이어 2위다. 퇴출된 게릿 올슨은 딱 1승만 거뒀다. 그 1승을 돈으로 환산하면 25만달러(약 2억8천만원). 그러나 유희관의 1승은 520만원이었다. 올슨의 1승은 유희관보다 5.4배나 비쌌다.
신정락도 마침내 빛을 봤다. 2010년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돼 촉망 받던 신예였지만 3년간 36경기 출장에 그쳤다. 점차 뇌리 속에서 지워져 갔고, 그런 선수가 있는 듯 없는 듯 했다. 때문에 그의 몸값(3000만원)도 잘 나가는 또래와 비교해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첫 선발로 전향했는데 우려와 달리 빠르게 정착했다. 4승 4패 평균자책점 3.72다. 선발진의 한 자리도 확실히 꿰찼다. 간혹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안정된 투구를 펼친 경기가 많았다. 전반기 마지막 5번의 등판에서 4번이나 1실점 이하의 짠물 투구를 펼쳤다.
LG 스카우트도 이제야 두 다리를 뻗게 됐다. 3억원을 들였던 계약금이 성적으로 회수되고 있다.
NC로 둥지를 튼 김종호는 만개했다. 도루 29개로 이 부문 1위에 올라있다. 29세인 그의 연봉은 3000만원이다. 사진=MK스포츠 DB |
▲ 타자 – 도루왕 넘보는 3000만원의 김종호
타자는 투수보다 풍년이었다. 가성비가 뛰어난 타자들이 즐비했다. 그래도 엄격한 기준과 함께 성적을 바탕으로 3명을 골랐다. 김종호(NC)와 문선재(LG), 한동민(SK)이 그 주인공이다.
지난해 11월 구단별 20인 보호선수 외 지명에서 김종호를 뽑은 NC의 선택은 탁월했다. 김종호는 부동의 1번타자로서 김경문표 발야구를 대표했다.
삼성의 두꺼운 선수층에 막혀 기를 펴지 못했다. 삼성 시절 타율은 2할3푼1리에 그쳤다. 주로 대주자였다. 하지만 그의 ‘발’은 여전히 빨랐다.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자, 타격감도 상승했다. 타율 2할9푼9리 출루율 4할8리이며 도루는 29개나 성공했다. 쟁쟁한 선수를 제치고 도루 부문 1위다.
1984년생으로 29세. 프로 7년차의 늦깎이지만 연봉은 겨우 3000만원이다. 투타 타이틀 부문 1위 가운데 가장 몸값이 저렴하다. 지난해 도루왕을 차지했던 이용규(KIA)의 당시 연봉은 3억원. 몸값은 1/10 수준이다.
지난해까지 딱 7경기만 뛰었던 문선재는 어느새 ‘문천재’가 됐다. 안타는 1개도 못 쳤던 그가 이젠 46개나 쳤다. 타구를 펜스 너머로 3차례나 넘기기도 했다.
내야수가 그의 포지션. 그러나 이마저도 파괴했다. 지난 6월 2일 KIA전에선 포수 자원이 소진되자, 직접 안방 마스크를 쓰고 마무리 봉중근을 공을 받으며 팀 승리를 지켰다.
대우도 확 달라졌다. 이제 그는 1군 엔트리에 언제 오를까를 학수고대하지 않는다. 쟁쟁한 선수들과 나란히 더그아웃에 앉아 ‘1군의 삶’을 즐기고 있다. 이제 그의 몸값이 올라갈 일만 남았다. 문선재의 연봉은 2500만원. 신인 연봉과 별 차이가 없었다.
한동민도 SK에서 ‘활력소’가 됐다. 이명기와 함께 SK의 미래를 이끌어 갈 기대주로 촉망 받았고, 올해부터 꾸준한 기회를 얻기 시작했다. 박재홍의 ‘62번’을 물려받아, 우익수로 기용되고 있다.
4번과 5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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