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서론은 짧았다. 곧바로 본론이었다. 허투루 쓸 시간이 없다. ‘첫날이니 이 정도’를 머리에 그렸을 선수들의 표정에는 당황함이 역력했다. 하지만 이내 집중모드로 바뀌었다. 분위기의 범상치 않음을 몸이 느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동아시안컵을 위한 첫 소집, 첫 훈련부터 자신이 목표로 천명한 ‘한국형 축구’의 제작에 들어갔다. 훈련시간이나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 하지만 선수들은 이전까지 대표팀에서 느낄 수 없었던 변화에 다시금 긴장의 끈을 조여야했다.
홍명보 감독이 소집 첫날부터 ‘한국형 축구’ 제작에 돌입했다. 서론 없이 곧장 본론이다. 사진(파주)= 김영구 기자 |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러닝과 스트레칭 이후 곧바로 전술적 훈련을 실시했다. 수비-허리-공격 3선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전체적인 움직임에 대한 지시로, 본인이 직접 목소리를 높이고 몸을 움직이면서 열성적인 가르침을 전했다.
4-2-3-1 전형을 근간으로 한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훈련이었으나 선수들의 표정과 움직임에는 긴장이 가득했다. 첫날부터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는 점에서도, 새로운 감독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점에서도 다소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더해, 아주 기본적인 수준의 훈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해력이 떨어져보였던 것은 그만큼 실제로 해보지 않았다는 방증이다. 소속팀에서든, 이전 대표팀에서든.
훈련의 방향은 효과적인 압박과 이어지는 역습을 위한 효과적인 움직임이라는 측면에 맞춰졌다.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 공격수들부터 상대를 압박해 공을 빼앗으려는 노력을 강조했고, 빼앗은 뒤 어떻게 하면 빨리 공격으로 전환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요구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가장 좋은 위치와 움직임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이는 곧, 홍명보 감독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한국형 축구’를 위한 초석이기도 했다.
홍명보 감독은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수락하는 첫 자리였던 지난 6월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 선수들은 스페인 선수도 아니고 독일 선수도 아니다. 나는 한국형 전술을 만들 것이다. 우리 선수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가장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전술을 준비해서 다가오는 월드컵에 나설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선수들의 근면과 성실 그리고 팀을 위한 희생, 그 세 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전술을 만들 수 있다”는 말로 강한 자신감을 표했다.
화려한 테크닉을 갖춘 것도 아니고 피지컬에서 우위를 점할 수 없는 한국이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홍명보 감독은 기본적으로 조직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많이 뛰고 빠르게 뛰고 효과적으로 뛰면’ 레벨을 올릴 수 있는 부분이다. 홍명보 감독이 한국 선수들의 장점으로 꼽은 ‘근면 성실 희생’이라는 씨앗이 있으면 가능한 것이기도 하다.
결국 ‘수비, 조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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