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513일 만이었지만, ‘단짝’ 홍정호(제주)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의 호흡은 ‘으뜸’이었다. 한국축구의 현재이자 미래인 둘은 고질적인 병인 수비 불감증을 완전히 씻어냈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호흡을 맞췄던 ‘단짝’이다. 그러나 A대표팀에서 함께 한 시간은 많지 않았다. 곽태휘(알 샤밥), 이정수(알 사드) 등 선배들과 경쟁 속에 출전 기회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그랬던 둘이 나란히 A매치에 선발 출전했다. 홍명보호의 첫 경기였던 20일 동아시안컵 호주전에 중앙 수비수로 나란히 뛰었다.
부상을 털고 오랜만에 태극마크를 단 홍정호(사진)는 ‘단짝’ 김영권과 함께 완벽한 호흡을 선보이며 단단한 수비벽을 구축했다. 사진(상암)=김재현 기자 |
A매치 베스트11 기념사진을 촬영한 게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있었다. 그러나 당시 김영권의 자리는 중앙 수비수가 아닌 왼쪽 수비수였다. A매치에서 중앙 수비수로 함께 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결합했지만 둘의 호흡은 여전히 ‘찰떡’이었다. 홍정호와 김영권은 물 샐 틈 없는 수비로 뒷문을 차단했다.
홍정호는 적극적으로 미드필드 라인까지 올라가 거센 압박으로 호주의 공격을 차단했다. 무모하지 않고, 때에 따라 정확한 타이밍에 들어갔다. 지능적인 수비였다.
지난달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했던 김영권은 그런 홍정호의 뒤를 커버하면서 안정된 수비력을 펼쳤다. 기회가 되면 적극 공격에도 가담했는데, 전반 30분과 전반 33분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슈팅을 잇달아 날렸다.
한국이 최근 A매치마다 잦은 실수로 흔들렸으나, 이날은 그런 ‘부실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참으로 단단했다. 측면 수비수와의 호흡, 중앙 미드필더와의 호흡도 좋았다. 세트피스 수비만 하면 불안에 떨어야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것도 사라졌다.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지 못하던 호주는 어떻게 공격 지역으로 볼이 전달됐어도, 두 센터백에 막히면서 이렇다 할 공격도 펼치지 못했다.
홍명보호의 데뷔전이었던 호주전에서 불운 속에 1골도 넣지 못한 공격은 진한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수비만큼은 아쉬움 없이 모든 걸 보여줬다. 실로 오랜만에 한국의 수비라인이 완벽했다. 철벽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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