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역시 몸에 맞는 옷을 입으니까 움직임에 자신감이 넘쳤다. 자신감을 되찾은 플레이는 A매치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닻을 올린 홍명보호가 데뷔전에서 건진 고요한의 재발견은 꽤 값진 수확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20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아쉬운 무승부였다. 90분 내내 주도권을 잡고서 상대를 압박했다. 골대를 강타했던 염기훈의 슈팅을 비롯해 결정적 찬스도 수차례 있었다. 다만 골이 없었을 뿐이다.
고요한의 변신 혹은 회귀는 성공적이었다. K리그 뿐 아니라 A매치에서도 경쟁력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이제는 재능을 뿌리내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진= 김재현 기자 |
4-2-3-1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출전한 고요한은 후반 25분 조영철과 교체될 때까지 70분 동안 왕성하고도 효과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의 단초역할을 했다. 교체된 것은 플레이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체력 안배를 위한 배려였다. 2선을 받친 윤일록 이승기 모두 컨디션이 좋았지만 고요한의 플레이는 특히 돋보였다. 스스로에게도 큰 의미가 있었던 활약상이다.
고요한에게 이번 동아시안컵은 1년 만의 대표팀 재발탁이다. 지난해 8월 잠비아와의 평가전과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고요한은 오른쪽 측면수비수로 최강희호에 탑승했다. 본디 공격적 성향이 강하던 측면미드필더 고요한은 2012년, FC서울의 팀 사정상 측면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했었는데, 외려 이것이 대표팀 입성까지 이어지는 전화위복이 됐다. 하지만 이내 ‘좌절’했다.
대표팀에 마땅한 측면수비수가 없다는 답답함을 해소시켜줄 대안이 되는 흐름이었으나 우즈벡전을 마치고 돌아오는 고요한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본인이 생각해도 최악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쓴약이었으나, 이후 대표팀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랬던 고요한이 새로운 사령탑 홍명보 감독의 부임과 함께 1년 만에 대표팀 저지를 다시 입었다.
흥미롭게도, 이번에는 수비자원이 아닌 공격수로서의 발탁이었다. 소속팀에서의 포지션 역시 측면 공격수로 전환된 상태다. 차두리가 영입되고 최효진이 있는 상황에서,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고요한을 본디 포지션으로 전진 배치했다. 회귀이자 또 다른 변신은 성공적이었다. 그리고, 홍명보 감독도 그 옷이 어울린다고 판단해 1기 멤버로 합류시켰고 첫 경기에 선발 투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수비를 할 때는 핸디캡이었던 작은 체구는 외려 공격을 펼칠 때는 장점이었다. 고요한의 날랜 움직임은 상대 수비를 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감독의 노림수도 이것이었을 것이다. 체구가 큰 호주의 수비수들은 고요한의 빠르게 재기 넘치는 플레이에 적잖이 고전했다. 과감한 돌파는 성공률이 높았고 본인에게도 동료에게도 적잖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지난 17일 파주NFC에 입소하면서 “지난 대표팀에서의 부진을 만회해야한다는 생각뿐이다”는 말로 새 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를 전한 고요한은 확실히 몸이 뜨거웠다. 칭찬할 것은, 의욕이 넘쳐서 흥분까지 가지 않도록 냉정함을 유지했다는 점이다.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고요한은 집중력을 가지고 플레이를 펼쳤다.
몇 차례 좋은 찬스에서의 슈팅이 부정확했다는 아쉬움을 빼놓고는 전체적으로 호평이 아깝지 않은 70분을 소화했다. 시쳇말로 ‘멘붕’에 빠졌었던 대표팀에서의 마지막 기억을 충분히 지울 수 있는 활약상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다. 고요한은 이제 원점에 왔을 뿐이다. 본격적인 경쟁은 지금부터다.
변신이라 부를 수도 있고 회귀라고도 말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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