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퇴출설로 논란을 빚었던 ‘효자 용병’ 벤자민 주키치(LG 트윈스)가 줄무늬 유니폼을 계속 입는다. 주키치의 최종 잔류를 결정한 배경에는 김기태 LG 감독의 신뢰를 강조한 ‘형님 리더십’이 있었다.
주키치를 둘러싼 외국인선수 교체설이 잔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김기태 감독은 지난 23일 “주키치를 바꾸는 것 없이 안고 간다. 교체는 없다”고 정리했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이 교체설의 중심에 섰던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의 잔류를 선언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올 시즌 주키치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올해에만 3차례 2군행을 거듭하는 등 4승6패 평균자책점 5.70으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채 2군에서 전반기를 마감했다. LG가 전반기를 단독 2위로 마치며 11년 만의 가을야구를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오르면서 주키치의 교체설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왔다.
하지만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소문이 소문을 양산했다. 결국 언론 보도를 통해 주키치의 귀에도 흘러들어갔다. 사실 LG가 주키치의 교체와 관련해 고민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수차례 검토를 거쳤다. 결론은 잔류였다.
김 감독은 “주키치의 그간 업적도 있고 안고 가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라고 생각해 잔류로 결정했다. 2군에서 몸이 준비되면 1군으로 올라올 것”이라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는 김 감독의 입김이 강했다. 물론 독단적인 결정이 아닌 구단과 논의한 결과였다. LG 구단 관계자는 “고민을 많이 했고, 결국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해 결정했다”며 “감독님이 워낙 신뢰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또 구단에서도 마찬가지다”라고 밝혔다. 또 “현재 2군에 있는 국내 투수들 가운데서도 좋은 투수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주키치를 급하게 올리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충분히 반영됐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은 LG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후 단 한 번도 선수 탓을 한 적이 없는 감독으로 유명하다. LG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키며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도 모래알로 흩어져있던 조직력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김 감독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난해 FA 정성훈과 이진영, 정현욱 등이 LG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선수들이 입을 모아 “감독님 때문”이라고 외쳤던 이유이기도 했다. 또 최고령 투수 류택현도 “감독님이 없었으면 나도 없었을 것”이라고 강한 신뢰를 보냈다.
김 감독이 이번 주키치 퇴출설 이후 “주키치와 어색해졌다. 오해로 관계 회복이 어렵다”며 이례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도 이 때문이다. 김 감독은 가족같은 선수단 분위기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아무 것도 결정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오해로 선수단 분위기가 자칫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자체에 대한 우려였다.
프로는 냉정한 세계다. 특히 외국인선수에게 기다림은 없다.
LG 구단 관계자는 “주키치가 이번 사건으로 섭섭한 마음을 갖게 됐는지는 몰라도 현재 2군에서 맹훈련을 하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한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김 감독의 마음이 주키치에게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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