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가을야구를 꿈꾸는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가 ‘토종의 힘’으로 난관을 돌파한다.
6위로 내려앉으며 갈 길 바쁜 KIA는 고민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골칫거리였던 마무리에 송은범을 점찍으며 푸는가 싶더니, 앤서니 르루를 퇴출하며 대체 외국인선수 영입이라는 큰 과제가 생겼다.
하지만 시즌 도중 눈에 드는 외국인선수를 조건까지 맞춰 한국으로 데려오기란 쉽지 않다. 선동열 감독도 “새 외국인선수가 기존 선수들만큼 잘 한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그냥 있는 선수들로 가야하지 않겠나”라며 외국인선수 보강 없이 시즌을 꾸려갈 의사를 피력했다.
윤석민이 마침내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KIA가 그토록 바랐던 ‘에이스’ 윤석민으로 돌아왔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러나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요즘 외국인선수 재미를 못 보고 있는 KIA에게도 ‘빛줄기’가 있다. 토종 선발투수들이 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양현종까지 부상을 털고 돌아오면 토종 선발진만큼은 9개 구단 가운데 으뜸으로 꼽힐 정도다.
8승을 챙긴 김진우는 선발진 가운데 가장 듬직하다. 매 경기 2~4실점을 하고 있지만 6이닝 이상을 책임지고 있다. 6월 이후 등판한 7경기에서 5승(무패)을 챙겼다. 그는 승리를 부르는 파랑새다.
쉽게 무너지지 않았다. 묵직한 공 끝과 낙차 큰 변화구로 상대 타선을 제압했다. 후반 들어 체력 저하로 흔들리긴 하나, 제 몫은 충분히 다해주고 있다.
윤석민도 마침내 ‘에이스’다운 투구를 펼치고 있다. 기나긴 무승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윤석민은 최근 확 달라졌다.
지난 17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첫 선발승을 딴 데 이어 지난 25일 LG전에는 8이닝 1실점 완투패를 기록했다. 최근 2경기 평균자책점이 1.29에 불과하다. 4.29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3.64로 내렸다.
피홈런 악몽에서도 벗어났고 볼넷 남발도 사라졌다. 공 끝도 묵직해져 상대 타자가 쉽게 쳐내기 어려워졌다. LG 타자들이 안타 8개를 쳤지만 잘 맞힌 타구는 많지 않았다. 여기에 효과적인 투구수 관리로 긴 이닝까지 책임지게 됐다.
윤석민다운 투구였다. 한화전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한 윤석민이고, KIA의 후반기 가장 큰 긍정요소다.
옆구리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양현종은 빠른 복귀 수순을 밟는다. 몸 상태도 현재 좋아, 1군 엔트리 등록이 머지않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지난 25일 라이브 피칭을 마친 양현종은 오는 28일 퓨처스리그 LG 트윈스전에 등판한다. 지난달 28일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1달 만의 실전 투구다.
몸 상태는 좋다. 옆구리 부상도 완전히 씻어냈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완벽한 상태로 가다듬을 필요도 있지만, KIA에게 시간은 많지 않다.
양현종이 퓨처스리그 LG전에서 별 탈 없이 잘 던진다면, 곧바로 1군에 올라온다. 선동열 감독은 등판 간격을 고려해, 다음주 말이나 다다음주 초에 양현종을 1군으로 호출시킬 계획이다.
양현종은 부상 전까지 9승 1패 평균자책점 2.30으로 실질적인 에이스 역할을 수행했다. 양현종이 가세한다
김진우는 꾸준하고, 유석민은 에이스 본능을 되찾았다. 양현종도 곧 돌아온다. 선동열 감독의 바람대로 서재응(4승 5패 평균자책점 6.88)의 분발까지 이어진다면, 강력한 선발진을 다시 구축하게 된다. 이 정도면 ‘토종의 힘’으로 난관을 뚫기에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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