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인 최고의 메이저리거는 의심의 여지 없이 ‘코리안 특급’ 박찬호(은퇴)다. 그런데 빅리그 첫 경험을 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 다저스)이 박찬호도 이루지 못한 두 가지 위업을 달성했다.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투수 류현진이 한국인 최초로 데뷔 첫 해 10승을 거두는 금자탑을 세웠다. 사진(美 일리노이 시카고)=한희재 특파원 |
류현진의 역사는 의미 깊은 리글리필드에서 이뤄졌다. 리글리필드는 지난 1996년 4월7일 박찬호가 한국인 최초로 첫 승을 올린 구장이다. 선배의 혼이 깃든 바로 이 곳에서 류현진이 10승을 따냈다.
박찬호가 다진 초석은 한국인 메이저리거를 양산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김병현과 서재응 등 수많은 한국인 투수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올해 류현진도 박찬호의 후예다. 하지만 류현진은 조금 더 달랐다. 박찬호가 이루지 못한 역사를 하나씩 써내려가며 또 다른 초석을 다지고 있다.
류현진은 국내 프로야구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순도 100% ‘메이드 인 KBO’ 최초 투수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진출을 선언한 뒤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포스팅 금액(2573만 7737달러 33센트)과 계약 금액(6년간 최대 4200만 달러)을 더해 총 6700만 달러(약 717억원)에 이르는 대형 계약을 맺고 화려한 메이저리거로 출발했다. 마이너리그를 거쳐 빅리그에 진출한 박찬호도, 그 이후 어떤 선수도 하지 못했던 이상적인 그림이다.
류현진은 데뷔 첫 해 국내 프로야구의 자존심과 긍지를 살렸다. 한국인 최초로 데뷔 첫 해 10승 달성을 이뤄냈기 때문. 박찬호가 1997년 14승을 달성했지만, 데뷔 이후 4년이 걸린 두 자릿수 승수였다. 데뷔 첫 해 두 자릿수 승수를 찍은 투수는 류현진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6명 뿐이었다.
성공적인 메이저리거로 평가받는 김병현과 서재응도 2003년 아홉수에 걸려 10승 고지를 밟지 못했다. 빅리그 첫 경험에서 10승 금자탑의 가치는 소중했다. 류현진의 10승은 2007년 김병현 이후 6년 만. 한국인 투수는 세 번째에 불과하다. 류현진이 대단한 이유다.
류현진이 박찬호가 2000년에 세운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다승 기록인 18승마저 뛰어넘을 수 있을까. 박찬호가 밟지 못한 꿈의 20승도 먼 얘기는 아닌 듯하다.
류현진이 데뷔 첫 해 박찬호가 이루지 못한 대업을 세우며 국내 프로야구에서 직행한 한국인 투수의 가치를 높였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