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악몽이었다. 가을야구의 운명이 걸린 1주일, 그 첫 이틀을 부산에서 보낸 KIA는 상실감만 컸다. 1승이 귀한 시기에 롯데에게 내리 패하며 4강권에서 점점 멀어졌다. 아쉽고 분한 패배라면 다음 경기를 위한 보약이 될 터인데, 죽도록 매만 맞았다.
KIA와 부산 사직구장은 인연이 아니었다. 사직구장 4연패다. 희망의 불씨는 점점 꺼져만 가고 있다. 불씨를 되살려야 하는데 결과도 최악, 그리고 내용도 최악이었다. 시쳇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마운드는 붕괴됐다. 선발 왕국으로 불렸던 KIA였는데 선발부터 와르르 무너졌다. 헨리 소사(6일)와 양현종(7일)은 5회도 버티지 못했다. 선동열 감독이 부산 원정 2연전을 앞두고 “선발투수가 오래 버텨줘야 한다”고 강조했건만, 이를 지킨 이가 없었다.
KIA는 6일과 7일 치른 롯데와의 2연전에서 모두 패했다. 결과뿐 아니라 내용도 최악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소사는 빗속에서 집중타를 맞았고, 양현종은 사구 3개를 남발하는 등 제구력 난조를 보였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 속에 퀄리티스타트를 하며 롯데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쉐인 유먼(6⅓이닝 4피안타 2실점), 크리스 옥스프링(6⅔이닝 7피안타 1실점)과는 대조적이었다.
선발이 무너지니 허리라고 단단할 리 없었다. 불펜은 이틀 동안 10명이 투입됐는데, 8이닝 4실점을 했다. 안타는 10나 맞았고 사사구는 7개나 허용했다. 앞의 투수가 내보낸 주자를 자주 홈까지 들여보냈다. 안전 검사 불합격이었다.
그렇다고 마운드에 모든 책임을 짊어져선 곤란하다. 이번 부산 원정길이 악몽에 가까웠던 건 타격 또한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KIA는 롯데를 상대로 4점을 획득했다. 경기당 평균 2득점이다. 우천순연으로 1경기만 SK-한화를 제외하고 가장 저조한 득점력을 보였다. 힘이 떨어진 마운드에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지원사격은커녕 같이 주저앉았다.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틀 동안 안타 15개를 때렸고, 사사구 5개를 얻었다. 그러고도 변죽만 울렸다. 화끈함은 사라졌고, 공격 시간은 매우 빨랐다. 무기력했다. 이 정도면 문제가 심각하다.
KIA는 6일 경기에서 4회 신종길의 적시 2루타로 기선을 잡았고, 무사 2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7회에도 1사 2,3루에서 2점을 뽑았지만 앞선 6회 2사 1,2루의 기회는 날렸다.
힘없는 방망이는 7일 경기에서 더욱 심각했다. 4회까지 안타 2개밖에 못쳤다. 5회 2사 만루라는 ‘황금찬스’를 잡았으나 1점 밖에 따지 못했다. 마지막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해 대량실점을 하면서도 반대로 2사 이후 기회에서 대량득점은 하지 못하는 KIA다.
그리고 KIA는 1-4로 뒤진 6회부터 선두타자가 출루하면서 기회를 만들어갔다. 하지만 반격도 제대로 못했다. 네 번의 공격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전날 롯데가 선두타자 출루 시 100%
롯데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그 달콤한 꿈을 꾸며 부산에 갔는데 롯데는 저 멀리 사라졌다. KIA는 이제 5위 롯데(4경기차)보다 7위 SK(2경기차)와 더욱 가까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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