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달라졌다. 예년과 달랐다. 최약체를 상대로 의미없는 3점슛을 난사하고 개인 플레이로 여유를 부리던 농구는 없었다. 최약체가 아닌 결승전을 치르듯 진지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16년 만의 세계 무대 노크를 위해 본격적인 출항을 앞두고 있다. 사진=KBL 제공 |
유재학 감독은 스타팅을 베스트로 내보냈다. 이후 2쿼터 시작과 함께 4명을 교체했다. 양동근, 조성민, 윤호영을 뺐다. 대신 김태술, 김선형, 김민구를 투입했다. 인도에 연속 7점을 허용하고 무득점에 그쳤다. 곧바로 가드 3명을 다시 벤치로 불렀다. 약속된 수비를 제대로 하지 않은 질책성 교체였다. 유 감독의 표정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
인도를 만만히 보고 개인 플레이 위주로 경기에 임했기 때문. 이후 한국은 경기 종료 부저가 울릴 때까지 인도에 틈을 주지 않았다. 경기 막판에는 대학생 5명을 내보내 풀코트 압박수비를 펼치기도 했다. 무려 41점차 승리를 거둔 경기였지만, 수비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한국의 3점슛 성공률은 48%를 찍었다. 23개를 던져 11개를 림에 꽂았다. 실책도 9개에 그쳤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깔끔한 승리였다. 수비의 완성도는 더 견고해졌고, 외곽슛에 대한 감도 확실히 찾은 모습이었다.
한국은 1라운드 조별 리그 최종전에서도 그랬다. C조 최약체였던 말레이시아에 22점차로 승리했다. 이란과 중국이 약 90점차로 승리한 팀을 상대로 격차가 크게 없었다. 유 감독은 새로운 전술을 실험했다. 선수들도 공격 욕심으로 점수차를 벌리는 것보다 그 순간의 움직임에 집중했다. 유 감독은 인도전에서도 선수들 컨디션 확인을 하면서 200cm 장신 포워드 최준용의 포인트가드 가능성을 실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달라진 유재학호다. 어떤 팀을 만나도 긴장을 늦추는 일이 없다. 단지 한국 농구를 할 뿐이다. 준비된 팀이다. 이번 대회의 중요성과 우승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한국 농구는 오랜 암흑기를 보냈다. 최근 프로농구 안팎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연거푸 터졌고, 국제대회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16년 만에 노리는 세계 무대 진출에 대한 각오는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경기력에서 나오고 있다. 유 감독은 과감한 세대교체를 시도했다. 대부분이 국제 경험이 많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다. 유 감독은 성공적인 신구조화를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예선 리그 6경기를 본 FIBA도 인정했다.
유 감독은 “노장 선수들이 앞장 서서 허슬 플레이를 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그래야 어린 선수들도 보고 배운다. 8강에 오른 팀들은 각 팀에 따라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있다. 더 긴장하고 잘 준비해서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감독은 조별 라운드를 치르면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확실히 생긴 듯하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넘친다. 특히 수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유 감독은 “8강부터는 더 이상 요구할 것이 없다. 정신적으로 무장이 잘 됐다. 거꾸로 부담없이 경기를 했으면 한다”라고 칭찬한 뒤 “공격은 그날 컨디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수비는 언제든 똑같이 할 수 있다. 수비로 결정을 지을 것이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 가드 김선형도 “우리가 준비한 전술이 점점 더 잘 되고 있다. 수비 조직력도 좋아졌다. 감독님이 수비는 기복이 없어야 한다고 주문하신다. 수비만 되면 공격은 자연스
한국은 9일 오후 11시30분 중동의 다크호스 카타르와 8강전을 치른다. 세계 무대를 향한 첫 번째 분수령이다. 유재학호는 이미 카타르를 잡을 전술적 준비를 마쳤다. '방심'이란 단어는 이미 지웠다. 지면 바로 탈락이다. 결선 토너먼트 주사위는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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