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를 거듭하는 느낌이다. 그럴만한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심사숙고할 일인데 여론이 너무 좋지 않다는 것도 신경이 쓰이는 모양새다. 심지어 축구인들 사이에서도 좋은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축구협회의 머리가 아프게 됐다.
근래 K리그 클래식 경기장에 가면 경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내용을 담은 플래카드를 볼 수 있다. 승부조작 선수들의 복귀를 반대한다는 뜻을 적어놓은 글귀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얼추 한 달 전. 프로축구연맹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이들의 징계를 경감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부터 논란은 시작됐다. K리그 판을 넘어 대한민국 축구계 전체를 흔들어 놓았던 ‘사건’이 불과 2년 전인데, 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승부조작 선수들이 복귀하는 것을 팬들은 반대하고 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화를 내고 있다. 이제 바통은 대한축구협회로 넘어왔다.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
승부조작 가담자들의 징계 경감 결정은 프로축구연맹의 이사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다. 물론, 연맹 이사회의 결정은 곧바로 시행되지 않는다. 상급단체인 대한축구협회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야 통과된다. 그러면, ‘제명’이라는 봉인이 풀릴 수 있다. 이제 골치 아픈 쪽은 축구협회다. 프로연맹은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고 결국 최종결정을 내려야하는 쪽은 축구협회다,
여론은 반대한다는 쪽이 다수다. 팬들은 “승부는 조작이 아니라 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 강렬한 메시지에 축구인들도 할 말이 없다는 입장이다. 애초에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아야하는 것 아닌가. 그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었으면 한다”는 견해를 밝히던 이들도 최근에는 “그래도, 지금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는 뜻을 전하고 있다.
용서를 해주는 사람도, 용서를 구하는 사람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로축구연맹은 “이쯤이면 됐으니 용서하자”는 설명으로 자비를 베풀었다. 그 결정에 대한 왈가왈부는 이제 비생산적이다. 심사숙고하지 않았던 프로연맹의 결정을 대한축구협회는 심사숙고해서 결정해주길 기대할 뿐이다.
축구협회의 이사회는 애초 7월 말로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8월9일 현재까지 축구협회의 이사회는 열리지 않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한 관계자는 “7월20일부터 28일까지 열렸던 동아시안컵 때문에 연기됐다”는 뜻을 전했다. 충분히 미뤄질 수 있는 큰일이 있었다. 때문에 연기된 이사회는 “8월 중순 열릴 예정이다”라고 축구협회 관계자는 말했다. 결정해야할 여러 내용 중에는 ‘승부조작 선수들의 징계 경감’이라는 안건도 들어있다.
대한축구협회의 또 다른 관계자는 “윗선에서 결정할 일이지만, 골치 아프게 됐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어 “여론이 좋지 않아도 너무 좋지 않다”는 말을 전했다. 다행스럽게도, 축구팬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뜻이다. 그 목소리를 들었다면,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했던 일에 대한 ‘연속성’을 위해서도 또 단호한 결정이 필요하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7월16일 “5월4일 Daum 챌린저스리그 8라운드 경기 도중 김포공설운동장과 강북시민운동장에서 적발된 외국 국적의 유학생의 불법 도박 사이트 전화 중계행위와 관련된 사건이 경찰에서 검찰로 이송됐음을 공지한다”고 발표했다. ‘축구 도박’이 아직 축구판에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뜻이다. 이는, 또 다시 승부조작에 가담하는 축구선수들이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호되게 앓았던 때를 기억하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펼치고 있었음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대한축구협회가 잘한 일이다. 잘하고 있는 행동을 스스로 망치지 않으려면,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한다. 어리석은 짓을 했던 이들이 죄를 뉘우치고 있어도, 아무리 양보해도, 최소한 지금은 시기상조다.
8월 중순이면 축구팬들의 관심은 홍명보호에 쏠려 있을 때다. 8월14일 축구대표팀은 페루와 평가전을 치른다. 전후로 모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