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농구의 신’이 따로 없다. 필리핀 현지 외신들도 한국 남자농구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만가지 수가 있다고 해서 붙여진 ‘만수’ 유재학 감독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했다.
한국이 분수령으로 경계했던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 8강전에서 중동의 다크호스 카타르를 무려 27점차로 완파하고 4강행을 확정지었다. 12강 리그에서 대만을 꺾고 상승세를 탔던 카타르는 한국에 쩔쩔 맸다. 결국 졸전 끝에 탈락. 한국은 연습경기를 하듯 문성곤을 제외한 11명의 선수들을 고루 기용하며 중동 모래바람을 가볍게 잠재웠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이 10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리는 2013 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개최국 필리핀과의 준결승전을 앞두고 있다. 사진=아시아선수권 공동취재단 |
현지 외신들이 가장 놀랍게 생각하는 부분은 12명 전원이 뛰는 한국의 농구 시스템이다.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없다. 코트에 나와 뛰는 선수들마다 자신의 역할을 확실히 소화하고 있다. 상대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유 감독은 이번 아시아선수권을 앞두고 확실한 색깔을 정했다. 한국 농구의 색을 진하게 입히기로 한 것. 12명 엔트리에 가드를 대거 선발한 이유다. 또한 젊은 선수들을 발굴해 적극 활용했다. 경기 내내 펼쳐야 할 강력한 압박수비와 모션 오펜스를 위해서는 체력이 중요했다. 진천 합숙훈련 기간에도 맞춤형 전술 훈련을 집중적으로 했다. 효율적인 훈련을 강조하는 유 감독은 선수들의 근성과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카타르전은 유 감독의 진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결정체였다. 12강 리그까지 보여준 전술과 전략을 살짝 바꿨다. 토마스 로버트 위스먼 카타르 감독도 예선과 다른 한국의 라인업과 전술에 어쩔 줄 몰라하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히든카드는 윤호영이었다. 유 감독은 카타르전에 앞서 “윤호영을 집중적으로 기용하겠다”고 예고했다. 윤호영은 카타르전의 공수의 핵이었다. 이번 대회에서 부진했던 윤호영은 3점슛 2개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펄펄 날았다. 공격에서는 내외곽을 휘저으며 동료에게 찬스를 만들어주거나 직접 득점을 올렸다. 수비에서는 카타르의 장신 가드와 포워드를 앞선에서부터 묶었다.
카타르전에서 유 감독이 재미를 본 것은 1-3-1 지역방어였다. 카타르전을 위한 맞춤형 수비였다. 1-3-1 포메이션은 외곽슛이 강하고 하이 포스트를 즐기는 팀에 적절한 지역방어다. 유 감독도 “맨투맨으로 지역방어로 바꾼 것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상대가 압박수비에 밀리다가 골밑에서 쉽게 득점을 했다. 1-3-1 지역방어로 바꿔 효과를 봤다”고 밝혔다.
또 경기 초반 양동근이 아닌 김태술에게 리딩을 맡긴 뒤 후반에 양동근을 적극 투입했다. 김선형과 김민구도 2쿼터와 후반에 적절히 기용했다. 역시 카타르 라인업에 따른 맞춤형 선택이었다. 유 감독은 “카타르에서 작은 선수를 계속 바꾸지 않아서 양동근은 나중에 큰 선수를 수비하도록 하고 김태술을 계속 뛰게 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의 전략이 120% 맞아떨어진 것이다. 신의 한 수처럼.
한국의 목표는 16년 만의 농구월드컵 진출이다.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4강에서 유 감독이 경계 대상 1호로 꼽았던 개최국 필리핀을 상대한다. 필리핀은 귀화선수 마커스 다우잇이 버티고 있다. 한국농구연맹(KBL)에서 뛴 경험을 갖고 있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나머지 선수들도 개인기가 뛰어나다.
하지만 유 감독이 경계하고 있는 것은 개최국 어드밴티지다. 필리핀은 국기가 농구다. 2만명의 팬들이 열광적인 응원을 펼친다. 분위기상 불리하다. 불리한 심판 콜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 경기 외적인 요소에 승패가 갈릴 수 있다. 유 감독은 “선수들의 마인드 컨트롤이 관건”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일찌감치 심판 판정에 대한 불이익을 대비한 연습도 준비했다. 치밀했다. 유 감독은 “카타르전에서도 연습을 시켰다. 심판의 말도 안되는 판정에 대해서도 항의를 하지 못하게 했다. 필리핀전을 대비한 것이다. 선수들에게 자제를 당부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프로선수들에게 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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