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이 메이저리그 데뷔 첫 시즌 11승3패 평균자책점 2.99로 순항하고 있다.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펼쳐 한국야구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렇다면 시선을 돌려 류현진의 뒤를 이어 ML에 진출할 수 있는 투수는 누가 있을까. 냉정히 말해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FA제도와 기본적인 기량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포스트 류현진의 탄생은 지금으로서는 요원하다. 사진=한희재 특파원 |
하지만 김광현은 부상에서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윤석민은 지난해 경미한 부상으로 부진한데 이어 올해도 제 모습을 찾지 못해 상당 부분 관심에서 멀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 둘을 제외한 후발주자를 따져보면 현재 국내 투수 중에서는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많은 ML 스카우트들을 만나보면 공통적으로 찾는 선수가 ‘선발투수’다. 추신수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투수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이 현실이다. 최근 ML진출과 일본 진출이 거론되고 있는 오승환(삼성)의 경우는 그런 면에서 보직문제가 걸림돌이다. 보직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간계투 혹은 마무리 투수로서 활약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선발에 비해 보직에 대한 수요가 높지 않다. 스타일면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불펜투수들이 많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무엇보다 현실적인 조건이 일본을 앞서기 어렵다. 일본내에서 오승환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성공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고, 가치를 인정해주고 있는 만큼 선수 자신에게도 일본 대신 미국을 선택하기 쉽지 않을 듯싶다. 임창용은 사이드암과 스리쿼터를 오가며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희소성이 있는데다 한일 야구를 두루 경험한 장점에 몸값도 싼 경우라 오승환과는 사례가 다르다.
제도적인 문제도 크다. 1~2년내 미국 진출이 가능할만한 FA급 선수가 사실상 윤석민 1명뿐인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미국에 진출하려면 최소한 포스팅자격, 사실상 FA자격을 취득해야하는데 군대문제까지 겹쳐지면 빨라도 약 10년 정도가 소요된다. ML스카우트들은 공통적으로 “좋은 선수가 많지만 제도적인 부분이 문제다. FA기간이 너무 길고 군문제도 걸려있다. 나이가 걸림돌이다”라고 한다.
현재 해외진출을 했거나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오승환, 윤석민, 류현진은 모두 국제대회 호성적을 통해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경우다. WBC의 위상 감소, 야구 종목의 올림픽 제외 등으로 병역면제의 길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이 점이 향후 한국 투수들의 ML진출을 어렵게 하는 결정적인 부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고졸루키가 프로 데뷔 이후 특급활약을 펼치거나 졸업 후 곧바로 미국에 진출해야한다는 결론이다. 결국 초고교급 투수의 등장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한화의 유창식 같은 경우에도 ‘포스트 류현진’으로 많은 기대를 모았지만 성장이 더디다. 일단 한국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우선조건인데, 높아진 한국야구의 수준 상 고교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해 곧바로 1군서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 당장 각 팀 당 1~2선발 안에 들 수 있는 신예급 선수들을 찾기 어렵다. 현재 기량도 부족한데, 경험을 쌓기도 어려운 환경인 셈이다.
선수들의 전체 경쟁력과도 관련이 있다. 한국 선수들의 신체조건이나 구속은 상당부분 좋아졌다. 하지만 역으로 제구력은 나빠졌거나 개선된 부분이 미비하다고 볼 수 있다. ML 전체의 스트라이크/볼 비율이 65%정도인데 한국은 50%대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제구력의 수준이 ML에 못미친다는 뜻이다. ML에는 시속 160km 공도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타자가 수두룩하다. 류현진의 성공사례를 봐도 알 수 있듯이 투수에게는 정확한 제구력이 최우선 조건이다.
류현진의 성공으로 한국 투수를 향한 ML의 관심이 높아질 것도 자명하다. 또한 한국야구의 잠재력을 보면 향후 초고교급 투수도 반드시 나온다. 하지만 그 탄생만큼이나 성장의 환경, 제도적인 부분이 뒷받침돼야 우리는 ‘포스트 류현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전 LG·삼성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