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승5패 평균자책점 3.08.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첫 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는 LA 다저스의 류현진(26)이 거두고 있는 성적이다. 분명 류현진은 시즌을 앞두고 다수의 전문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잘 던져주고 있다.
류현진은 지난 25일(한국시간)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린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홈경기에 선발 등판해 5이닝 5피안타 4실점 7탈삼진을 기록, 시즌 첫 연패를 당했다. 1회에 3점 홈런을 맞으며 4실점했다.
문제는 1회, 유독 1회에 실점이 많다. 초반에 실점한 뒤 이후 안정감을 찾아 가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회만 잘 넘기면 훨씬 빼어난 성적을 올릴 수 있어 안타까움은 더하다.
류현진이 25일 1회 고메즈의 스리런 홈런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한희재 특파원 |
“류현진이 1회에 부진한 것에 대해 많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안다. 불펜 투구를 안 하는 것, 워밍업 등이 초반 부진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어느 투수나 과거부터 쭉 해왔던 자신만의 습관이 있다. 이를 통해 컨디션을 조절한다. 습관을 지키는 것은 중요하다.
투수에게는 각자 맞는 몸을 푸는 방식이 있다. 고인이 된 최동원의 경우 마운드에 오르기 전 경기에서 던지는 공의 개수만큼 던져 몸을 풀어야 정상 페이스가 유지됐다. 나같은 경우는 30개의 공도 안 던지고 마운드에 올랐다. 류현진도 지금까지 해왔던 습관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류현진이 1회에 다소 부진한 것은 심리적인 영향이 가장 크다. 기술적인 문제는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야구를 잘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이다. 류현진 뿐만 아니라 어느 투수가 가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무대다. 매 경기 첫 이닝에 심리적인 부담감을 갖고 던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류현진은 올 시즌이 메이저리그 진출 첫 해다. 생소한 것들이 많다. 각 심판의 특성, 30개 팀의 특성 등 많은 것들이 새롭다.
올 시즌 경험을 쌓은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두 번째 시즌인 2014년에는 1회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상당 부분 좋아질 것으로 확신한다.
선발 투수에게 ‘1회를 어떻게 하면 잘 던질까’하는 것은 영원한 숙제다. 출발을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1회에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낀다.
선발 투수들은 워밍업 전에 상대 타자에 대한 분석 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때로는 생각을 너무 깊이 하다보면 자신이 이에 빠져들어 부담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기 전에는 편안한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올 시즌 LA 다저스 타선은 선발 투수가 3~4점을 내줘도 �아갈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부담감 대신 야수들에 대한 믿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류현진이 1회에 실점해도 이후에 안정적인 투구를 하는 것은 야수들에 대한 믿음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내년 이면 류현진은 2년 차가 된다. 상대팀 타자들은 류현진에 대해 더욱 세밀한 분석을 한 것이다. 또 하나의 벽에 부딪힐 수도 있다. 그 벽을 넘어서야 진정한 메이저리거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구속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제구력을 다듬는 것이 중요하다. 제구가 안 되면 투수는 소극적인 투구를 할 수밖에 없다. 류현진이 현재 갖고 있는 공이면 충분하다. 제구력을 더욱 가다듬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투수라도 보완해야 할 부분은 갖고 있다. 자신의 약점을 극복해내는 것이 대투수로 가는 길이다."
[전 LG·삼성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