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은 지난 7월11일, 동아시안컵에 출전할 1기 대표팀 명단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기성용에 대해 언급했다. 이른바 ‘SNS 논란’으로 잡음이 분분했을 때다. 거론하기 껄끄러울 상황에서 홍명보 감독은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축구협회의 엄중경고 조치가 떨어진 가운데 홍 감독은 “축구협회의 결정은 기성용의 잘못에 대해 책임과 용서의 기회를 준 것이다. 협회의 엄중경고 조치를 절대 가볍게 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축구에서 옐로카드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는 스스로 판단해야할 것”이라는 말로 대표선수로서 적절치 못한 행동을 저지른 후배이자 제자를 호되게 나무랐다.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이 딜레마에 빠졌다. 뜨거운 감자 기성용 때문이다. 뽑자니 원칙이 깨지고 뽑지 말자니 중요한 선수다. 괴로운 상황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홍명보 감독은 “축구협회의 엄중경고 조치와 대표팀 감독으로서 향후 기성용을 선발하는 것은 별개다. (기성용 선발은)내가 가지고 있는 선수선발 원칙에 입각해서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필드 위에서 뿐 아니라 필드 밖에서의 대표 선수급 자질을 보겠으나, 결국 대표팀에 필요한 인물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 지난 잡음에 상관없이 발탁하겠다는 의지였다.
그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27일 축구회관에서 오는 9월6일 아이티전과 10일 크로아티아전에 출전할 대표팀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 8월 페루전에 이은 홍명보호 3기 명단의 가장 큰 관심사는 단연 ‘유럽파’의 면면이다.
홍명보 감독은 “유럽리그 일정을 고려해서 8월 평가전까지는 국내파와 J리거 위주로 팀을 구성할 것이다. 유럽파는 9월부터 소집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따라서 이번 명단은, 1-2차 실험(동아시안컵+페루전)을 통과한 국내파와 새로 합류할 유럽파의 첫 만남이자 본격적인 내부경쟁의 출발이라는 점에서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자체만으로 흥미진진인데 내부에 더 큰 이슈가 있다.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기성용의 발탁 여부다.
기성용의 필요가치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대성 이명주 박종우 등 국내파 중앙미드필더들의 경쟁력을 확인했다고 하지만, 기성용이 주는 무게감과 경험치를 간과할 수 없다. 무조건 무임승차권을 줄 수는 없겠으나 기성용을 배제한 채 대표팀 포진도를 그리는 것도 현명한 방법은 아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홍명보 감독이기에 그 논란 속에서도 ‘별개’라고 선을 그은 것이다.
그런데 딜레마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한 탓이다. 스완지시티에서 순조로운 새 시즌을 기대했던 기성용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존조 셸비, 호세 카나스 등 수준급 중앙미드필더들이 영입되면서 쉽지 않은 경쟁이 점쳐지긴 했으나 숫제 설 곳을 잃어버리는 시나리오는 예상치 못했다. 입지는 크게 줄었고, 임대설이 진지하게 나돌고 있다.
머리가 가장 아픈 이는 기성용 자신이지만 홍명보 감독도 달가울 것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브라질월드컵까지 10개월 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지금껏 키 플레이어였던 기성용을 새로운 홍명보호 속에서 실험하고픈 마음이 크겠으나 조건이 너무 좋지 않다.
새로운 팀을 찾아야하는 기성용에 대한 배려도 배려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선수선발 원칙’에 입각할 때도 부르기 힘들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상’이 기본임을 늘 강조했던 홍 감독의 원칙과 현재 기성용은 분명 어긋난다. 경기 외적 논란이야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어도 경기 내적인 문제까지 묵과하긴 어렵다. 여기서도 '별개'를 외치기에는 부담스러운 면이 적잖다.
물론, 소속팀에서 위기에 빠진 선수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여 정상궤도에 복귀시키는 것도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해야 하는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방황하는 한국축구의 중요한 자산 기성용을 살릴 수 있는
홍 감독이 직접 독일로 날아가 분데스리거(손흥민 구자철 박주호)를 점검하고 온 가운데 첫 번째 공개될 ‘홍명보호의 유럽파’ 속에 과연 기성용의 이름은 들어있을지, ‘홍心’이 공개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