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5월 태평양 돌핀스 최상덕(넥센 히어로즈 투수코치)이 불펜피칭을 끝낸 후 더그아웃에서 아이싱을 하고 있다. 카메라를 들이댄 기자에게 "로봇 팔 같죠?'라며 한마디 한다. 두툼한 얼음주머니를 팔 전체에 덮고 그 위에 압박붕대를 칭칭 감아 놓으니 팔 두께가 두 배는 돼 보인다. 그의 말대로 만화에나 나올 법한 로봇 팔을 연상케 한다. 요즘처럼 작은 사이즈의 각얼음이 없던 당시 각 구단의 트레이너들은 큰 얼음을 일일이 송곳 등으로 부셔서 그 얼음조각들을 비닐 봉투에 넣어 선수들에게 아이싱을 해 주곤 했다. 크고 작은 얼음들을 사용하다 보니 아이싱 부위가 커 질 수밖에 없었다.
투수들은 피칭 후 반드시 아이싱을 해 줘야한다. 전력을 다해 공을 던지다 보면 어깨와 팔의 근육이 극도로 피로해진다. 뿐만 아니라 미세한 혈관들이 터져 내부출혈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 아이싱으로 상처받은 근육과 혈관들을 수축시켜야 회복속도가 빨라진다.
최상덕은 1994년 태평양 돌핀스에 입단해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구위가 좋은데다 포크볼에도 능했던 그는 입단 첫 해부터 13승을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큰 공헌을 해 태평양 돌핀스의 기대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생활 2년차에 접어든 그에게 시련이 다가왔다. 1995년 6월 25일, 인천 숭의야구장에서 벌어진 한화전에서 마운드에 오른 그는 한화 거포 장종훈의 강한 타구에 얼굴을 그대로 맞고 앞니가 3개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때 장종훈은 쓰러진 최상덕을 보고 너무 놀라 1루가 아닌 마운드로 올라가 최상덕의 부상을 염려하다 아웃되고 말았다. 최근 만난 한화 장종훈 코치는 당시 상황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어휴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미안해 죽겠어요”라며 얼굴을 붉혔다.
최상덕은 이날 이후로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지만 해태로 이적한 후 끊임없는 노력으로 2000년과 2001년 2년 연속 12승을 기록해 해태의 에이스로 우뚝 섰다. 최상덕은 이후 LG, SK로 팀을 옮긴 후 2009년 한화를 마지막으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 김재현 기자 / basser@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