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차근차근 적을 쓰러뜨린 뒤 결국 ‘끝판왕’ 앞에 당도한 느낌이다. 이번 상대는 워낙 견고하게 뿌리내린 ‘벽’의 느낌이지만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오래도록 기다렸던 순간이다. 소싯적에는 자신이 앞서나갔던 때도 있었다. 마냥 과거의 기억으로만 가지고 있기에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도 아깝다.
‘작은 거인’ 고요한이 드디어 ‘끝판왕’ 이청용과 붙는다. 조영철 고무열 조찬호 임상협 백성동 등 국내파 및 J리거 윙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고요한 앞에 진짜 넘어야할 벽 이청용이 등장했다. 지금까지는 경쟁이었다면 이번에는 도전에 가깝다.
차근차근 적들을 쓰러뜨린 ‘작은 거인’ 고요한이 드디어 ‘끝판왕’ 이청용을 만난다. 소싯적에는 앞서 나갔던 적도 있다. 과거의 기억으로 그치기에는 기다림의 시간이 너무 아깝다. 사진= MK스포츠 DB |
덕분에 흥미진진한 대결구도가 만들어졌다. 동갑내기 이청용과의 만남이다. 고요한과 이청용은 과거 FC서울에서 한솥밥을 먹은 동기다. 지난 2004년, FC서울의 유망주 육성 정책과 맞물려 10대 때 일찌감치 프로무대 입성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엇갈렸다.
이청용이 승승장구하며 잉글랜드 무대까지 진출한 반면 고요한은 2~3년 전까지는 출전기회도 거의 잡지 못하는 선수였다. 청소년대표팀 시절에는 이청용이나 송진형(제주) 등 또래들보다 두각을 나타냈으나 프로 입성 후 필드를 쉽게 밟지 못하면서 성장에 애를 먹었다.
지난해 여름 MK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고요한은 “사실 지고는 못사는 성격이다. (이)청용이나 (기)성용이가 유럽에서 활약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솔직히 많이 괴로웠다. 어떻게 하면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으나 좀처럼 길이 열이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오직 축구만하고 여기까지 왔는데, 이러다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는 속내를 꺼내기도 했다.
그렇게 힘들게 방황했으나 끝내 쓰러지지는 않았던 덕분에 결국 반전을 만들 수 있었다. 국가대표팀에서 이청용과 경쟁하는 위치까지 올라온 것이다. 그간의 땀과 노력이 어느 정도였는지는 본인만 알 수 있는 일이다.
확실히 이청용은 주전에 가까운 자원이다. 포지션을 통틀어 현재 가장 ‘주전이다’ 말할 수 있는 자원이 이청용이다. 부상으로 쉬었던 때를 제외하고,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오른쪽 측면에는 이청용이 있었다. 고요한이 그 자리를 뺏어야하는 것이다. 쉽진 않겠으나 ‘지고는 못사는 성격’으로 도전할 각오다.
지난 동아시안컵 소집 당시 고요한은 “내 자리에는 확고한 선수(이청용)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나만의 경쟁력도 있다. 기술이 좋은 청용이의 장점도 있지만 많이 뛰면서 패스 위주로 플레이하는 나의 장점도 있다. 내 장점을 잘 살린다면 충분히 좋은 경쟁 관계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당찬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작지만 필드에 드러서면 누구보다 커 보이는 고요한이다. 지난 동아시안컵을 통해 후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