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가을 원상’이 돌아왔다. LG 트윈스 투수 유원상(27)의 조용하지만 묵직한 복귀다. 선선한 가을 바람을 타고 구위가 되살아나고 있다.
LG의 불펜 필승조가 재구성되고 있다. 유원상, 이동현, 정현욱, 봉중근이 버티는 막강 불펜조다. 그토록 기다리던 시즌 개막 시나리오 재편이다. 유원상은 시즌 막판 지친 불펜에 새로운 활력소이자 빅 카드다.
유원상은 지난 12일 올 시즌 두 번째로 2군행을 경험했다. 열흘만인 22일 문학 SK전을 앞두고 1군으로 돌아왔다. 2군서 만족스런 평가를 받은 유원상은 “몸 상태가 더 좋아졌다”며 자신감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LG 트윈스 불펜 필승조 유원상이 지난 22일 문학 SK 와이번스전에서 복귀전을 치르며 부활을 알렸다. 사진=옥영화 기자 |
그리고 27일 잠실 넥센전에서 완벽한 복귀전을 치렀다. 0-1로 팀은 졌지만, 유원상의 활약은 팀으로서는 큰 소득이었다. 이날 유원상은 3⅓이닝 동안 10타자를 상대로 2탈삼진을 솎아내며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2경기 연속 퍼펙트다.
유원상은 LG로 이적하기 전 한화 이글스에서 ‘가을 원상’으로 통했다. 2006년 한화에 입단해 9월13일 대구 삼성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냈고, 9월30일 대전 KIA전에서 생애 첫 선발승을 기록했다. 그해 가을야구에 나선 유원상은 포스트시즌 4경기 14이닝 2실점(1자책) 평균자책점 0.64로 마운드에 우뚝 섰다.
이후 LG 유니폼을 입은 뒤 ‘유느님’이라는 별명을 새로 얻었다. 지난 시즌 58경기에 등판해 4승2패 3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9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74이닝을 소화하며 4피홈런 13볼넷 18자책점에 불과했다.
하지만 유원상은 올 시즌 부진을 거듭했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훈련량이 부족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차출도 오히려 독이 됐다. 시즌 중에도 오른 내전근(허벅지 안쪽 근육) 부상을 당했다. 구위를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다.
절치부심 독을 품었다. 동료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컸다. LG는 팀 평균자책점 3.73으로 전체 1위에 올라있지만, 후반기 막판 불펜 과부하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존재한다. 유원상의 부활은 불펜의
LG는 가을야구를 예약해 놓은 상태다. 무려 11년 만이다. 유원상도 2006년 이후 포스트시즌을 경험하지 못했다. 유원상은 “1년만 반짝 하는 선수가 되기 싫다”고 했다. 24경기서 1승 4홀드 1세이브에 그친 올해는 사실상 실패작이다. 하지만 팀이 가장 필요할 때 가을 남자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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