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일까. 김기태(44) LG 트윈스 감독과 염경엽(45) 넥센 히어로즈 감독의 30년 지기 수싸움이 ‘엘넥라시코’ 라이벌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김 감독과 염 감독은 충장중-광주제일고 동기동창생이다. 학창 시절부터 수많은 추억을 나눈 절친한 사이다. 김 감독은 지난해 LG 지휘봉을 먼저 잡았고, 염 감독은 올해 넥센 사령탑을 맡았다. 공교롭게 두 팀은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불꽃이 튀는 라이벌이다. 두 감독도 승부의 세계에서는 친구 딱지를 내려놓고 냉정하게 맞붙는다. 보이지 않는 묘한 승부욕도 신선한 자극제다.
김기태 LG 트윈스 감독과 염경엽 넥센 히어로즈 감독이 30년 지기 절친 딱지를 떼고 냉혹한 승부를 펼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팀 성적을 떠나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은 볼만하다. 서로 허를 찌르는 작전을 치고받았다. 지난 7월5일 목동 LG-넥센전과 8월27일 잠실 넥센-LG전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 결과는 각설하고 순간의 수싸움만 보자.
선공은 염 감독이 먼저였다. 김 감독의 허를 제대로 찔렀다. 9-9로 맞선 8회말 2사 만루 풀카운트. 마운드에는 LG ‘수호신’ 봉중근이 있었고, 타석에는 시즌 1군 데뷔전을 대타로 나선 김지수가 있었다. 숨막히는 접전 상황. 넥센이 모험수를 던졌다. 2루 주자 강정호가 3루로 움직였다. 이해하기 힘든 장면이었다. 견제의 달인 봉중근은 2루로 공을 던졌다. 그때 3루에 있던 대주자 유재신이 순간적으로 홈을 파고들었다. 승부는 여기서 갈렸다. LG 이병규(9번)의 사이클링히트조차 빛이 바랬던 염 감독의 허를 찌른 작전이었다. 염 감독은 “강정호를 미끼로 유재신이 홈으로 파고드는 작전이었다”고 확인 사살을 했다. 김 감독이 당했다.
50여일이 지난 뒤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1-0으로 앞선 넥센의 4회초 공격. 2사 만루서 허도환이 타석에 섰고, 마운드는 우규민이 지켰다. 2루 주자 서동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우규민의 신경을 건드렸다. 허도환은 2B2S 이후 5구째 파울로 괴롭혔다. 이때 서동욱이 3루 도루를 시도하는 액션을 취했다. 우규민은 돌아서 2루로 견제 동작을 취했다. 그 순간 3루 주자 김민성이 홈을 파고들었다. 우규민은 2루로 견제를 하지 않고 다시 돌아서 곧바로 홈으로 공을 뿌렸다. 김민성의 허무한 포수 태그아웃. 벤치 작전이었는지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 감독은 같은 작전에 두 번 당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이기고도 찝찝했다. 경기 직후 “두 번의 주루 미스
두 팀의 정규시즌 맞대결은 두 번 남았다. 두 감독의 머리는 복잡해졌지만, 절친의 냉정한 지략 대결을 지켜보는 팬들은 더 재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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