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의 마무리 투수 오승환(31)이 23세이브에서 좀처럼 숫자를 추가하지 못하고 있다. 어느덧 세이브 1위 손승락(넥센, 36세이브)과의 격차도 한참 벌어졌다. 올 시즌 유독 개점휴업이 잦은 수호신의 비애다.
오승환은 8월 이후 삼성이 치른 25경기서 단 5세이브를 추가하는데 그쳤다. 세이브가 적었던 이유는 그만큼 등판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승환은 같은 기간 9경기에 등판했다. 그마저도 세이브 상황이 아닌 경우의 등판까지 포함돼 있는 숫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이브 1위 투수 손승락이 8월 이후 9세이브를 올리며 40세이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비해 30세이브 고지도 험난하다.
이래저래 컨디션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오승환은 올해 부상없이 풀타임 마무리 투수로 활약한 해 중 가장 적은 39경기 등판에 그치고 있다. 22경기의 잔여 경기수를 감안하면 지난해 수준의 50경기 정도를 채울 가능성도 남아 있으나 올해 페이스대로라면 그보다 못 미칠 가능성이 훨씬 더 높다. 지난해 50경기 역시 풀타임으로 활약한 이후 큰 부상이 없었던 시즌 중에서는 가장 적은 등판 수였다.
오승환의 개점휴업이 잦다. 좀처럼 세이브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수호신의 비애다. 사진=MK스포츠 DB |
결국 삼성의 최근 성적이 좋지 않고, 불펜진의 힘이 떨어지면서 접전을 펼치는 경기가 적어진 것이 휴업의 가장 큰 이유다. 삼성은 8월 이후 11승14패로 승률 4할4푼에 머물고 있다. 6할을 훌쩍 넘었던 시즌 승률도 어느덧 5할8푼7리로 떨어졌다. 타선이 부진하고, 불펜진이 집단 난조에 빠지면서 추격하는 경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도 고민.
최소한의 자존심인 30세이브를 넘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 삼성이 22경기를 남겨 놓은 현재 7개를 추가하는 것은 오승환의 능력만 감안하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세이브 상황 자체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다. 제 아무리 오승환이라도 8월 이후 25경기서 5세이브를 올린 현 상황이 비슷하게 반복된다면 요원한 일이다.
물론 팀이 처한 급박한 상황 때문에 잔여 경기 오승환이 더 자주 등판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현재 승차없이 2위 LG 트윈스에 쫓기고 있는 삼성의 입장에서는 오승환의 활약이 절실하다. 한국시리즈 직행과 3년 연속 우승을 위해 단기전에 최대한의 힘을 집중해야 할 시점. 특히 대안이 될 수 있는 안지만의 최근 컨디션이 좋지 않다는 점도 오승환의 잦은 등판을 예상해 볼 수 있는 근거다.
일례로 최근 오승환은 2경기 연속 세이브 상황이 아닐 때 등판했다. 8월 30일 문학 SK전에서는 5-1, 4점차 리드 상황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 1이닝 무실점으로 승리를 지켰고, 지난 3일 대구 KIA전에서도 2-5로 뒤진 9회 등판해 1이닝을 틀어막았다. SK전의 경우는 승리가 절실했던 상황이었고, KIA전은 선발투수가 조기에 무너져 구원투수들의 소모가 컸던 점과 컨디션 점검 차원의 성격이 강했다. 이전보다는 오승환의 등판이 잦아질 가능성이 높은 셈.
하지만 역설적으로 포스트시즌을 생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순위의 윤곽이 어느정도 드러난다면 오승환의 체력 안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미국과 일본의 복수의 해외 구단들이 오승환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정황상 당분간 오승환이 한국에서 뛸 수 있는 마지막 해일 가능성도 있다. 등판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수호신의 비애가 풀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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