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임성일 기자] 올 시즌 다양한 찬사를 받았던 포항스틸러스에게 또 하나의 수식어가 필요할 듯싶다. 이쯤이면 위기가 찾아오겠지, 여기쯤에서는 흔들리겠지 싶은데 쓰러질 듯 넘어질 듯 다시 일어서고 있다. ‘오뚝이’가 연상되는 힘이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이 큰 고비를 넘겼다. 포항은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과의 K리그 클래식 27라운드에서 3-0 완승을 거뒀다. 만약 패했다면 선두를 내줄 수도 있던 위기에서 포항은 예상을 깨는 스코어로 자리를 지켜냈다.
올 시즌 포항은 많은 찬사 속에서도 미심쩍은 눈초리를 받은 게 사실이다. 곧 쓰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으나 결코 넘어지지 않고 있다. 오뚝이 같은 힘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전북 역시 전력의 누수가 있었던 경기다. 주포 이동국이 6주 진단을 받았고, 2선의 핵 이승기 역시 2주가 필요하다는 부상으로 제외됐다. 이동국과 이승기의 이름을 생각할 때 전북도 손해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래도 포항의 아픔이 더 컸다. 지난해 에이스 황진성과 올해의 에이스 이명주가 없는 포항이란 확실히 허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항은 단단한 전력을 과시했다. 전북이 이토록 풀리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허둥거렸고 시쳇말로 ‘나사가 풀린 듯’ 강호답지 않은 플레이를 보이며 자멸한 인상도 적잖았다. 하지만, 상대가 흔들렸다는 것 역시 포항의 강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고비를 넘은 포항이다. 만약 전북전에서 패했다면 포항은 선두를 내줘야했다. 승점 1점차에 불과했던 울산이 인천을 잡아냈기에 뒤집힐 수 있었다. 쓰러질 수 있는 위기였지만, 포항은 다시 오뚝이처럼 버텨댔다. 모두가 “이쯤이면 넘어지겠지”라고 할 때 포항은 강하게 일어서고 있다. 주위의 이런 시선이 외려 포항에게 자극이 되고 있다.
황선홍 감독은 외부의 그런 시선에 대해 “선수들도 그러겠지만, 정말 나한테는 큰 자극이 되고 있다”는 말로 ‘오기’가 포항을 버티는 중요한 동력임을 숨기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책임감을 느끼고 있는 황 감독이다.
그는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서 훈련하고 있다. 볼 때마다 인상적이다. 감독으로서 더더욱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선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 위해, 좋은 결실을 맺기 위해 함께 노력할 것이다. 아직 많은 경기가 남았다. 한 경기 승리에 연연하지 말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다부진 각오를
황선홍 감독은 우승을 다툴 팀들에 비해 객관적으로 부족한 스쿼드임을 인정했다. 하지만, “결국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니라 팀 경기”라는 말로 선수들의 힘을 에둘러 자랑했다. 줄곧 선두를 달리고 있음에도 미심쩍은 눈초리가 있었던 포항이지만, 이 정도의 ‘오뚝이’ 힘이라면 이제 인정을 받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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