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야구대표팀이 세계의 벽을 실감하고 돌아왔다. 한국은 지난 8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린 제26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5위로 마감했다. 이번 대회 우승을 목표로 했던 대표팀은 9경기 성적 4승5패의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지난 해에 이어 한국 청소년야구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회였다.
▲ 프로 흉내내기에 기본기 사라져
“선수들이 야구의 기초인 기본기나 야구의 흐름을 전혀 읽을 줄 모르더라. 이번 대회를 통해 아마추어가 어떤 희망을 품고 어떻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가 되짚어 봐야 한다.
한국 야구선수들은 프로 출범 이후 발전과 퇴화를 같이 했다. 체형과 파워 등 외형적인 신체조건이 서구화되면서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체력과 유연성 등 기초적인 요소들이 부족해졌다.
엘리트 스포츠의 특성상 그런 것이다. 주말리그 탄생 이후 각 학교마다 성적 압박감에 베스트 위주로 선수를 투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적에 주안점을 주다보니 기초가 되는 기본 체력훈련보다 다른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시점은 유소년과 초‧중학교 시절이다. 이때는 야구의 기술적인 면도 중요하겠지만, 기본기와 체력이 밑바탕이 되도록 해야 한다. 요즘 어린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이 수십년 동안 갈고 닦은 것을 흉내내기 급급하다. 한 단계 한 단계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단계를 건너 띄어서 표방을 하고 있다. 겉으로는 잘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본기가 안 닦여 있다. 부상에 대한 위험성도 높을 수밖에 없다.“
한국 청소년야구대표팀이 세계의 벽 앞에 무너졌다. 기본기 부족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낳았다. 사진=MK스포츠 DB |
“아마추어는 교육적인 프로그램이 절대적으로 병행되어야 한다. 일본전 콜드패(0-10)은 결과론적인 얘기를 떠나 내용적으로 봤을 때 부족한 부분이 심각하게 드러났다. 일본과 비교 분석을 할 수밖에 없는 경기력이었다.
왜 한국이 일본 청소년 선수들에게 뒤질 수밖에 없을까. 한국 선수들도 파워나 힘에서는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철저한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파워도 자신의 것이 될 수 있다. 야구는 단순히 치고 달리는 것이 아니다. 흐름을 파악하고 익숙한 습관에 의해 만들어지는 스포츠다.
청소년 대표라서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것은 변명일 뿐이다. 자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선수들은 상황에 따라 어떤 움직임을 갖느냐가 중요하다. 늘 익숙하게 몸에 익혀진 상황에 따라 자연스럽게 돼야 한다. 수도 없이 반복된 훈련과 기억 속에 자신의 것으로 되어 있어야 한다.
선수들이 받아들이는 자세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선수들에게 희망과 변화를 주는 것은 지도자의 몫이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지도자가 도와줘야 한다.
현장을 다니다보면, 선수들이 초‧중‧고‧대를 올라갈 때마다 새롭게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본기의 차이가 심각하다고 한다. 프로에서도 또 전반적으로 다 뜯어고치고 새로 시작해야 한다. 이런 반복된 문제점이 엄청난 시간 낭비로 이어지고 한국 야구를 도태시키고 있는 것이다. 프로와 아마 간 서로의 믿음이 깨질 수 있는 문제점도 낳는다.
프로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좋은 습관을 들일 수 있는 기본기와 함께 부상을 방지할 수 있는 기회다. 대부분의 부상은 나쁜 습관에서 온다. 투수의 경우 던지는 투구 폼에서 오는 부상이 90% 이상이다. 또 특출난 선수만 집중 출전을 시키다보니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온전한 몸 상태로 프로에 올라오는 선수가 드물다. 유망주를 잃고 있다.
기본기와 근력이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만 출전하는 현상은 정말 심각하다. 약 70%의 아마추어 선수들이 팔꿈치와 어깨 부상을 갖고 있다. 프로 스카우트들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프로에 올라오면 새로 배우고 수술하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다. 충실하게 재활을 해서 팀에 복귀해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 통증만 없다고 바로 경기 투입하니까 부상이 반복된다.“
▲ 프로-아마 간 공조 절실하다
“아마추어만의 문제는 이미 벗어났다. 자원이 부족한 꿈나무들이 좋은 조건과 환경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퇴보 현상을 줄여 나갈 수 있다.
아마추어 시스템만 탓하고 있으면 해결책이 없다. 한국야구위원회(KBO)나 프로 구단에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올해부터 새롭게 지역 연고 제도를 다시 시작했다. 연고 지역에서 우수한 선수 발굴을 위해 프랜차이즈 선수를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시스템이 있어야 한다. 여론을 위한 단발성이 아닌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가져야 한다.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아마추어도 문을 활짝 열고 받아들여야 할 자세가 필요하다.
미국은 전 세계로 스카우트를 내보내 투자를 한다. 더 좋은 선수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한국은 한 해 700명 정도의 유망주가 유망주가 나온다. 그러나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닌 특출한 자원을 만들어내야 한다.
아마추어에서부터 전문 닥터를 통해 검사를 받은 뒤 경기 출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하는 선수보호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로와 아마가 공조한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다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교육적인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만들어서 프로와 아마추어가 공유해야 한다. 동업자 정신으로 함께 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동반되지 않으면 갈수록 퇴보할 수밖에 없다.“
[전 LG·삼성 투수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