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LG 트윈스 큰형님 최동수(42)가 후배들의 배려에 하루가 지날 때마다 잔잔한 감동의 연속이다. 최동수는 몸 둘 바를 모를 지경이다.
LG는 올해를 끝으로 20년 현역 선수 은퇴를 준비하고 있는 최동수를 위해 사소한 것부터 세심하게 챙기고 있다. 최동수는 1군에 합류했지만, 등록은 하지 않았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함께 하도록 한 김기태(44) LG 감독의 배려였다. 건의는 캡틴 이병규(39, 9번)가 했다. 최동수는 도우미로 나서고 있다.
LG 트윈스 최동수가 얼마 남지 않은 현역 선수 생활을 정리하며 후배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받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최동수는 어느 라커를 쓸지 몰라 고민을 하고 있던 찰나였다. 그동안 써오던 라커는 이미 후배 양영동(30)에게 물려준 상태. 또 이병규가 나섰다. 최동수가 원래 쓰던 라커를 비워두도록 한 것. 양영동도 기꺼이 최동수가 합류하기 전 라커를 비우고 다른 라커로 옮겼다. 김 감독은 “라커룸 밖에 있는 라커는 어린 선수들이 쓰고 있기 때문에 최동수가 쓰면 서로 부담이 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최동수는 “애들이 잘 챙겨주네요. 고맙죠”라며 “라커 쓸 자리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10여년 동안 쓰던 그 자리를 비워놨더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최동수는 올 시즌 LG가 처음 1위를 차지할 때 1군에 없었다. 집에서 TV로 기쁨을 만끽해야 했다. 만감이 더 교차할 수밖에 없는 날이었다.
최동수는 “넥센전에서 첫 1위를 하는 모습을 집에서 저녁에 봤다. 뭉클하더라. 내가 있을 때 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지만, 후배들이 해준 것이 고맙고 대견했다 내가 1군에 있을 때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며 “가슴이 짠하고 뜨거워졌었다”고 홀로 느낀 그날의 감격을 전했다. 이어 최동수는 “2002년보다 올해가 투타가 모두 더 탄탄해 더 강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동수는 요즘도 예전 습관 그대로 야구장에 출근한다. 남들보다 이른 오후 12시가 되면 어김없이 야구장에 들어서고 있다. 최동수는 “습관대로 나오던
최동수는 갑자기 말을 멈춰더니 발걸음을 돌렸다. 연습을 마친 선수들이 볼을 줍는 시간이다. 최동수는 “남은 기간 멋진 추억 만들고 가야죠”라며 빙그시 웃은 뒤 “저 이제 볼 줏으러 가야 해서…”라며 유유히 그라운드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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