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사랑과 자비가 넘치는 그분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도 모르게 하라 말씀하셨으나 인간들의 세상에서는 지켜지기 어려운 일이다. 사실, 끄집어내 알릴 필요도 있다. 가뜩이나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우리네 각박한 세상을 생각할 때 누군가의 ‘선행’은 두루두루 알려 동참을 이끌어내야 할 일이다.
동참은 어렵더라도 미담을 보고 들으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우리를 대신해 좋은 일을 하는 이들은 박수라는 보상이라도 받아야한다. 축구 선수들의 자발적 봉사 모임인 ‘추캥’ 회원들의 작지만 큰 선행도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축구 선수들의 자발적 봉사 모임인 ‘추캥’ 회원들의 작지만 큰 선행이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은 사랑이 더 큰 사랑을 낳고 있다. |
지난 겨울에도 그들은 의미 있는 선행을 펼쳤다. 추캥 회원들은 지난해 12월4일과 5일 경남 진해로 내려가 해군 장병들과 관계자들을 위한 자선행사를 펼쳤다. 당시 봉사활동에 참가했던 한 선수는 “막상 부대에 가보니, 정말 군인들이 즐길 거리가 없더라. ‘걸그룹’들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를 그렇게 반겨주는 것을 보면서 괜히 마음이 짠했다”는 소감을 전했다.
뜻 깊은 행사였으나 본의 아니게 빛이 바랬다. 당시 일정 중 병영체험을 위해 해군 수송함 ‘독도함’에 오르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추캥 회원 중 런던올림픽에서 ‘독도 세리머니’를 펼친 주인공 박종우가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다. 박종우와 추캥 멤버들의 마음과는 달리 ‘독도 사나이’와 ‘독도함’만 부각되고 주가 되어야할 선행은 빛이 가려졌다. 이후 추캥이라는 단체의 이름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의 선행은 지금껏 진행 중이다.
당시 행사에 참가한 이들 중 10명의 선수들은 월남전에 참전했던 전우 및 전우들의 미망인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결연을 맺었다. 그렇게 인연의 끈으로 묶인 정성룡 오장은(이상 수원) 김창수 박종우(이상 부산) 강승조 조재철(경남) 정인환 정혁 김재환(이상 전북) 등은 지금까지 한 달에 10만원씩 생활보조금 형태로 그들을 돕고 있다. 선수들 입장에서야 소액이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음이다.
더 값진 것은 그 따뜻한 마음이 다시 따뜻한 마음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추캥’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축구 관계자는 “선수들이 돕고 있는 참전용사와 미망인들이 결연을 맺게 해준 부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해군 장병들이 다니는 절에 나가 감사 축원을 올린다고 한다”면서 “정말 따뜻한 이야기 아닌가. 작은 사랑이 더 큰 사랑을 낳고 있는 것 같아 흐뭇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그 관계자는 “사실 이런 일들은 팬들이 알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늘 축구판은 흙탕물처럼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이런 따뜻한 공간도 있음을 알아줬으면 싶다”는 뜻을 덧붙였다. 나아가 “행하는 사람한테는 작은 노력이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큰 선물이 될 수 있다. 기존 선수들 외에도 이런 봉사활동에 함께 하는 선수들이 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어쩌면 때가 되어야 거액을 ‘턱’ 기부하는 것보다 값진 봉사라는 생각이다. 소외된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물질적인 것보다 꾸준한 관심임을 생각할 때 ‘추캥’ 회원들의 노력은 분명 박수 받을만한 일이다. 이렇게 하는 일은, 왼손에게는 물론이고 오른발과 왼발까지 알릴 필요가 있다.
[MK스포츠 축구팀장 lastuncle@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