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 ‘교체용병’이라는 딱지가 붙어 있는 두산 핸킨스가 빠른 속도로 국내 리그에 적응하고 있다.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타자를 압도하는 모습은 아니지만 위기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꿋꿋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핸킨스는 지난 14일 사직 롯데전에서 6이닝 7피안타 1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주자를 자주 출루시켜 불안한 경기 운영을 이어가는 모습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실점 위기에서도 상대타자를 범타 처리하는 캐릭터를 구축하며 시즌 3승째(3패)를 올렸다.
두산 핸킨스가 14일 사직 롯데 전에서 시즌 3승째를 기록했다. 사진=MK스포츠 DB |
핸킨스는 지난 7월 27일 잠실 LG전에 첫 출장해 5이닝 5실점으로 패전을 기록한 이후 꾸준한 실점과 피안타를 기록하며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교 대상인 ‘개릿 올슨’에 비해 나은 점은 있었으나 타자를 압도할 정도의 구위는 아니었고 주자를 자주 루상에 내보내는 스타일이 매번 ‘실점 위기’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실제 핸킨스가 출장한 9번의 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한 것은 지난 8월 15일 KIA전 단 한 번 뿐이었다.
하지만 김진욱 감독은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 “점차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로 믿음을 줬고 핸킨스 역시 매 경기 최소 5이닝은 소화해 주는 모습으로 두산 마운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날도 핸킨스는 매 이닝 주자를 출루 시키며 쉽지 않은 경기를 풀어갔다. 1회 볼넷, 2회에는 수비 실책, 3회와 4회에는 피안타를 허용하며 주자를 루상에 내보냈다. 하지만 후속타자의 출루만은 허락하지 않으며 경기 초반 굳건한 마운드를 유지했다. 5회 수비의 실책성 플레이로 선두타자 황재균에게 3루타를 허용한 것과 6회 2사 이후 3점 홈런을 허용한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경기 초반 무실점 호투는 두산 타선의 폭발력을 촉진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진욱 감독은 경기 시작 전 “핸킨스는 7이닝을 소화 할만하다”며 핸킨스에 대한 기대감을 밝혔다. “경기 초반 국내 타자들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고생했지만 최근에는 제구력과 구위를 찾은 모습”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에 보답이나 하려는 듯 핸킨스는 당당히 승리 투수가 됐고 김진욱 감독은 경기 후 “핸킨스의 구위가 점점 좋아지는 것이 고무적이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로 이에 화답했다.
난타를 당하더라도 쉽게는 무너지지 않는 핸킨스의 스타일은 선발 마운드 운영이 펑크난 두산에게 있어 또다른 형태의 희망이 되고 있다. 시즌 막판,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1승이 아쉬운 입장에서
깔끔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흉터가 가득한 인파이터 스타일의 마운드를 유지하고 있는 핸킨스의 구위가 15경기 만을 남겨두고 있는 3위 두산에게 얼마만큼의 상승세를 북돋아 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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