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포항) 임성일 기자] 올 시즌 내내 크고 작은 사건사고 속에서도 좀처럼 흔들리지 않은 채 선두를 유지하고 있는 포항스틸러스 앞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홈구장 스틸야드의 잔디 전면교체로 인해 잔여 홈경기를 포항 종합운동장에서 치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했다. ‘바람’이 너무 강했다.
22일 포항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포항과 울산의 29라운드 경기는 상대와의 싸움도 싸움이었으나 돌풍 수준의 강한 바람 때문에 선수들이 꽤나 애를 먹었다. 전반전에 바람을 안고 싸웠던 울산의 김승규 골키퍼는 좀처럼 하프라인까지 골킥을 보내지 못했을 정도다. 1-1로 경기를 마친 울산의 김호곤 감독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바람이 강했다”면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고 고백했다.
포항과 울산이 맞붙었던 22일 포항 종합운동장에는 돌풍 수준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22일만의 문제는 아닐듯하다. 포항 앞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
포항은 앞으로 5경기를 더 종합운동장에서 치러야한다. 울산전이 끝난 뒤 황선홍 감독은 “나도 깜짝 놀랐다”며 너털웃음을 지은 뒤 “이 정도면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실상 포항에게는 좋을 것이 없는 환경이다. 짧고 빠르고 정확한 패스워크를 중시하는 포항의 색채에 강한 바람은 방해요소다.
황선홍 감독은 “최근 몇 년 동안 젊은 선수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환경이다. (바람이 강하면)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힘 싸움을 펼치는 경기가 많이 나올 것”이라는 견해를 전했다. 힘보다는 기술 쪽으로 특화된 포항에게는 득 될 것이 없는 일이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이다. 하지만 상대에게도 똑같이 변수라는 것을 감안해야한다.
포항은 종합운동장에서 이미 그 바람을 경험했다. 다음 경기, 그 다음 경기는 적응도가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포항 원정을 오는 팀들은 모두가 생소한 경험을 해야 한다. 김호곤 감독의 말처럼 “이 정도일 줄 몰랐다”는 넋두리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는 포항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변수다. 자꾸 경험하는 포항이 처음 접하는 남
오뚝이처럼 쓰러지지 않고 꿋꿋하게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포항 앞에 등장한 새로운 변수 ‘바람’. 등 뒤에서 부는 바람이 되어 가속도를 붙여줄 것인지, 아니면 앞에서 전진을 가로막는 바람이 될 것인지 흥미로운 관전포인트가 생겼다. 포항도, 포항을 만나는 상대도 철저하게 대비해야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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