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일 기자] 하대성의 왼발을 떠난 공이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면서 에스테그랄의 골문을 통과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에스테그랄 선수들의 발은 현격하게 굼떠졌고 아자디 스타디움을 가득 채웠던 이란 남성 팬들의 ‘웅웅’거림은 사라졌다.
그것으로 승부는 사실상 끝이었다. FC서울은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아를 정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고, K리그는 5년 연속 대회 결승진출 클럽을 배출하는 영광을 얻었다. 반면 10만 관중이 운집할 수 있는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반전을 꿈꿨던 에스테그랄의 꿈은 물거품 됐다.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주인공은 FC서울이 자랑하는 캡틴 하대성이었다.
하대성의 기막힌 골이 FC서울을 대회 결승으로 이끌었다. 캡틴의 품격 있는 슈팅에 아자디 스타디움의 소음은 사라졌다. 사진= MK스포츠 DB |
1차전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원정을 떠나는 발걸음이 가볍기는 했다. 하지만 결코 방심할 수가 없었다. 2차전 장소가 ‘원정팀의 지옥’이라 불리는 아자디 스타디움이라는 게 찝찝했다. 해발 1200m에 위치한 아자디 스타디움은 10만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경기장이다. 남성 팬들만 구성된 대규모 함성은 상대에게 공포감을 줄 정도다. 대한민국 대표팀도 지금껏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승리를 거둔 적이 없다.
때문에 가장 중요했던 것은 선제골이다. 황선홍 포항 감독은 FC서울의 원정 2차전을 전망하면서 “선제골이 관건이다. 만약 실점을 먼저 허용해서 1-2로 쫓기면 급해지는 것은 서울이다. 그러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충고한다. 하지만 “그러나 서울이 먼저 넣으면, 게임은 끝났다고 봐야할 것”이라는 말로 1골의 향방이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의 전망은 사실이었다.
아무래도 에스테그랄은 적극적일 수밖에 없었다. 서울이 위험했던 장면도 종종 있었다. 이때 실점을 허용했다면, 소음에 가까운 아자디의 함성 속에서 서울은 괴로울 수 있었다. 때문에 전반 36분 하대성의 기막힌 왼발 슈팅은 그야말로 천금 같았다.
에스테그랄 페널티 에어리어 정면에서 공을 잡은 하대성은 마크맨이 붙어 있는 상황에서 예상치 못한 왼발 슈팅을 시도했다. 상대 골키퍼가 나온 것을 보고 힘을 뺀 채 칩샷에 가깝게 찍어 찼던 하대성의 슈팅은 골키퍼가 최선을 다해 손을 뻗었으나 약을 올리듯 피해 들어갔다.
너무도 중요한 골이었다. 강하게 몰아붙이던 에스테그랄의 공세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게 가장 크다. 하대성의 득점과 함께 에스테그랄은 시쳇말로 김이 빠졌다. 하대성에게 일격을 맞으면서 에스테그랄이 결승에 오르려면 4골을 뽑아야했다. 3-1 승리도 소용없었다. 1-2차전 합계 3-3이 되어도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돼 서울이 결승에 오른다. 4골은, 쉽지 않은 격차다.
후반 들어 에스테그랄이 2골을 추격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하대성의 골은 또 값지다. 1골을 추가한 든든한 ‘보험’이 없었다면 상상하기 싫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다. 아자디 스타디움의 ‘소음’을 잠재웠다는 것도 크다. 하대성의 골이 터지자마자 일부 팬들이 경기장을 떠나는 모습이 브라운관에 잡히기도 했다. 어려
요컨대 결승행 티켓에 도장을 찍은 골이었다. 팔에 감겨 있는 주장 완장과 함께 전체적인 조율에 능한 하대성이지만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는 결정력까지 뽐냈다. K리그 톱클래스 중앙미드필더의 품격, K리그 디펜딩 챔프의 캡틴의 클래스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 뿌듯했던 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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