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기윤 기자]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세계랭킹 23위)이 혈투 끝에 중국(세계랭킹 16위)을 누르고 제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했다.
박기원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대회 4강 중국과의 경기에서 3-2(25-23 23-25 25-23 20-25 15-12)로 이겼다.
8강과 4강에서 호주(세계랭킹 12위·3-0 승)와 중국을 연달아 격파한 한국은 지난 2003년 톈진(중국) 대회 이후 10년 만에 아시아 정상 탈환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공한증' 전통은 이번에도 유지됐다. 한국은 중국전 12연승을 기록했다. 지난 2005년 이후 8년 동안 패가 없다. 중국과의 상대전적을 44승30패로 더욱 벌렸다.
한국 남자배구대표팀이 5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함단 스포츠콤플렉스에서 열린 제17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4강 중국과의 경기에서 3-2로 이긴 뒤 기뻐하고 있다. 사진= 대한배구협회 제공 |
4일 만에 치러지는 '재대결'이다. 한국은 지난 2일 대회 16강 조별리그 2차전에서 이란에 1-3으로 패했다.
2008년 이후 이란과 맞붙어 6연패를 당하고 있는 한국은 이번 결승에서 다시 한 번 설욕에 도전한다. 결승전은 오는 6일 오후 11시30분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연승을 지키려는 한국과 악연을 청산하려는 중국 간의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됐고 그에 걸맞는 명경기가 연출됐다.
출발은 한국이 좋았다. 22-22 동점에서 안준찬(우리카드)과 하경민(KEPCO) 센터 콤비의 연속 블로킹으로 기선을 잡은 한국은 중국의 공격 범실로 1점을 추가하며 25-23으로 1세트를 챙겼다.
2세트에서도 리드를 이어가던 한국은 예상치 못한 악재에 크게 흔들렸다.
5-3 상황에서 주심의 애매한 판정에 항의를 하던 박기원 감독이 경사진 코트 바닥에 발을 잘못 디디며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발목을 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박 감독은 벤치로 자리를 옮겨 팀 닥터의 응급 치료를 받았다.
경기가 재개됐지만 선수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급격히 범실이 늘어났고 중국에 23-25로 역전을 허용하며 2세트를 내줬다.
부상 정도가 심했던 박 감독은 2세트가 끝난 뒤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다. 대신 노진수 코치와 김경훈 트레이너가 지휘봉을 잡았다.
팀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전광인(KEPCO)이 해결사로 나섰다. 3세트에만 8점을 폭발시키며 중국의 수비를 유린했다. 한국인 25-23으로 3세트를 따냈다.
중국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체력 저하로 발이 느려진 한국에 강서브와 빠른 속공을 퍼부었다. 일찌감치 점수 차를 벌린 중국이 25-20으로 균형을 맞췄다.
마지막 5세트는 집중력 싸움이었다. 한국 선수들이 더 침착했다. 12-13으로 뒤져있던 중국은 완벽한 득점 기회에서 어이없는 범실을 저지르며 스스로 무너졌다.
결승 문턱에 선 한국은 진상헌(대한항공)의 통쾌한 블로킹으로 마지막 1점을 쓸어 담으며 15-12로 치열했던 승부를 마무리 지었다.
김정환(우리카드·19점)과 전광인(18점) 쌍포가 '37점'을 합작하며 한국의 결승행을 견인했다.
경기를 마친 노 코치는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결승 무대에 오르게 돼 기쁘다"며 "현재 감독님이 자리를 비운 상황이기 때문에 추후 일정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코칭스태프들과 논의해봐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의 부상
팔꿈치 부상을 입고도 제 역할을 다한 전광인은 "경기는 힘들었지만 결국 우리가 결승에 오르게 돼 정말 기분이 좋다"며 "현재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을지 조차 모르겠다. 남은 시간 동안 치료를 잘 받아서 내일 꼭 코트에 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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