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타고투저의 해, 홈런만 가뭄이었다.
2013년은 전체적으로 타고투저의 해였다. 9개 구단의 평균자책점은 4.32, 평균타율은 2할6푼8리(38794타수 10411안타)을 기록했다. 팀 타율은 지난해와 변함이 없지만 평균자책점은 3.82에서 무려 0.50이 뛰었다. 개인 평균자책점이 넘는 투수가 찰리 쉬렉-이재학(이하 NC), 크리스 세든(SK) 단 3명뿐인 것을 봐도 올해 투수들이 얼마나 어려움을 겪었는지를 알 수 있다.
박병호는 여전히 홈런 가뭄이었던 2013년 37홈런을 쏘아올리며 자존심을 지켰다.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올 시즌 전체 경기수(576경기)가 지난해(532경기)보다 44경기 늘었음을 감안하면 그리 크게 증가한 수치도 아니다. 경기수가 8.27%로 늘어난 만큼, 지난해와 똑같은 페이스르 감안해도 산술적으로 50.9개의 홈런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범위의 증가폭이다. 특히 신생팀 NC의 합류와 함께, 한화(5.31)와 KIA(5.12)가 팀 역대 최악 수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특별히 홈런 가뭄이 개선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런 흐름은 특히 최근 몇 년간 이어지고 있는 탑 레벨 거포들의 실종과도 맥이 닿아있다. 박병호가 시즌 후반 폭풍같은 기세로 홈런을 몰아쳐 37홈런을 기록하지 않았다면, 30개 내외의 홈런왕이 탄생할 뻔 했다. 박병호를 제외한 단 1명의 타자도 올해 30홈런 이상을 쏘아올리지 못한 것이 그 현실이다.
올해는 그나마 홈런이 많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도 전체 9개 팀 중 7명에 불과하다. 20홈런 미만을 사실 거포라고 부르기는 초라한 기록이다. 두 자릿수 이상의 홈런을 친 타자들의 범위를 높여도 23명에 불과하다. 사실상 압도적인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형 타자들이 득세했던 시즌인 셈이다.
그나마 신예급 선수들 중에는 10홈런 이상을 날린 타자들을 찾기도 쉽지 않다. 신인 권희동이 15홈런, 나성범, 모창민(이하 NC), 한동민(SK)이 14홈런을 날렸다. 그나마 권희동과 나성범만이 신인이고, 한동민은 2년차, 모창민은 6년차이다. NC의 합류로 잠재력 높은 신예들이 기회를 잡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더욱 심했을 가뭄이다. 신예거포들의 부재가 날로 심해져가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홈런포의 실종은 비단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이는 ‘야구의 꽃’이라고 일컬어 지는 홈런의 실종으로 관객들의 감소를 겪은 일본도 함께 겪었던 고민. 하지만 일본은 올해 공인구를 몰래 교체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홈런의 시대를 부활시켰다. 블라디미르 발렌틴이 일본 야구 역사를 깨고 60홈런을 돌파, 야구팬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떨어지는 야구인기 속에서 그나마 화끈한 타격야구의 부활은 관중 감소세를 일부 완화시켰다.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644만1천855명의 관중을 동원했다.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운 지난해(715만6천157명)보다 10%줄어든 수치. 관객이
여전히 2014년에도 거포와 홈런의 실종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느냐의 화두가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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