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천안) 임성일 기자] 지난 7경기에서 1승3무3패라는 저조한 성적을 감안할 때 말리전 승리는 반드시 필요했던 성과다. 아무리 본선으로 향하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자꾸만 결과를 얻지 못하는 흐름은 좋을 것이 없었다. 때문에 3-1 승리를 답답한 체증을 풀어주는 귀한 승리였다. 하지만 결과보다 더 고무적인 것은, 서서히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국가대표팀이 15일 천안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말리와의 평가전에서 세트피스 상황에서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전반 PK로 만회골 이후 후반 들어 손흥민과 김보경이 릴레이포를 터뜨리면서 3-1로 역전승을 거뒀다. 브라질전을 통해 자신감을 챙겼던 대표팀이 그 기운을 말리전 승리로 기분 좋게 이었다.
3-1이라는 스코어보다 값진 것은 하나의 팀으로 가고 있다는 좋은 조짐을 보였다는 것이다. 돋보이는 개개인은 없었다. 하지만 일사분란한 팀은 있었다. 사진(천안)= 김영구 기자 |
지금껏 내내 ‘과정과 실험’에 방점을 찍었던 홍명보 감독이 어느 정도 ‘실전모드’를 염두해 라인업을 꾸렸다고 볼 수 있던 말리전이다. 지난 12일 브라질전과 비교해 변화가 거의 없었다. 지동원을 대신해 이근호가 선발 원톱으로 나섰던 것, 브라질전에서 조커로 투입됐던 손흥민이 측면 날개로 풀타임 소화한 것 등 검증된 인원들의 시간 배분이 달라졌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대로였다.
홍 감독은 말리전을 앞두고 “이제 평가전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에 가용할 수 있는 인원 중 가장 효과적인 조합을 찾아야한다”는 발언을 감안할 때 언급한 ‘실전모드’라는 해석은 더 힘을 받는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멤버를 고정했던 홍명보호는 꽤 안정적인 항해를 마쳤다.
개개인이 보이지 않았다. 멋진 결승골을 터뜨린 손흥민, 2개의 도움을 기록한 이청용, 전체적인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았던 기성용 등 스포트라이트를 좀 더 받은 선수들이 있기는 하지만 특별히 도드라진 인물은 없었다. 특별히 잘했던 인물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팀 속에 녹아든 플레이를 펼쳤던 까닭이다.
원톱으로 출전한 이근호부터 마당쇠 같던 수비형MF 한국영까지, 수비라인 위쪽의 6명이 모두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상대의 공을 차단할 때도 함께 움직였으며, 공격 시에도 일사 분란했다. 전방에서 상대 공격을 차단하기 위한 공격수들의 압박, 공을 빼앗은 뒤 침착하게 간수하면서 동료들이 올라올 때까지 템포를 늦추던 완급 등 칭찬 받을 대목이 여럿이다.
벌써 호들갑 떨기는 조심스럽지만, 홍 감독이 부임 이후 계속 강조하고 있는 ‘원팀’의 형태로 향하는 좋은 조짐이 보인 것은 사실이다. 기성용이라는 사령관이 가세하면서, 그 사령관 옆에 한국영이라는 든든한 파트너가 들어오면서 허리가 든든해졌다. 이청용 홀로 고군분투하는 인상이 강했던 공격진은 손흥민이 힘을 분산시키고 구자철과 이근호가 자신이 해결하겠다는 욕심보다는 동료를 위해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생산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실상 가장 필요한 경쟁력이다. 어차피 ‘특별한 1인’이 갑자기 나타날 수 없는 상황에서 조직력을 높이는 것은 대한민국 대표팀이 월드컵 무대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고질병처럼 답답했던
손흥민도 이청용도 기성용도 이근호도 없었다. 대신 하나의 팀이 있었다. 말리전에서 얻은 가장 값진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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