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활활 타오른 박용택(LG 트윈스)의 도발이 LG에 신선한 자극제가 될까.
박용택은 지난 17일 두산 베어스와 플레이오프 2차전을 이긴 뒤 거침없는 입담으로 얼어붙은 LG를 깨웠다. 도발에 가까웠다. 박용택은 두산과 신인 투수 유희관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박용택은 2차전 승리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개인적으로 두산 투수들이 입맛에 맞는다. 유희관한테 당하는 거 ‘보면 왜 당하지?’라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두산도 투수력보단 타격으로 올 시즌 했던 팀이다. 에이스급 볼보다는 수준급 투수들의 볼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LG 트윈스가 지난 18일 오후 잠실야구장에서 두산과의 PO3차전에 대비한 훈련을 했다. 박용택이 자율훈련인 만큼 개인 훈련복을 입고 그라운드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박용택이 이 정도 자신을 보이는 이유는 있다. 유독 두산에 강한 ‘곰사냥꾼’이었다. 박용택은 올 시즌 타율 3할2푼8리를 기록했다.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같았다. 그러나 두산과의 16경기에서는 무려 타율 4할1푼3리를 기록했고, 홈런 3개와 12타점 10볼넷을 더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다. 또 삼진은 가장 적은 5개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불을 뿜었다. 박용택은 1차전에 졌지만, 3타수 1안타 1득점 1도루로 톱타자 역할을 해낸데 이어 2차전에서는 4타수 4안타 1타점 1볼넷으로 맹활약했다. 이날 5출루는 포스트시즌 한 경기 최다 출루 타이기록. 플레이오프 2경기 타율도 무려 7할1푼4리로 껑충 뛰었다.
박용택은 상대에게만 도발한 것이 아니었다. 소속 팀 동료들도 자극했다. 박용택은 “이진영과 정성훈이 3차전부터 미칠 것 같다. 욕만 먹고 끝낼 애들이 아니다”라며 후배들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이진영은 7타수 무안타로 침묵했고, 정성훈은 7타수 1안타를 기록하며 1차전 결정적 2실책으로 패인이 됐다. 박용택의 자극은 두 후배에 대한 두둑한 신뢰도 있었지만,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경종도 됐다.
박용택의 두산을 향한 도발에 두산 선수들도 적지않은 자극을 받았다. 특히 유희관은 “박용택 선배가 2차전이 끝난 뒤 제 얘기를 하셨더라”며 불편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4차전 선발로 예정된 유희관과 박용택의 맞대결이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두산 투수들도 박용택 타선 때 더 집중을 해야 하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연속 매진 사례를 이룬 잠실 1, 2차전은 양 팀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전에 비해 경기는 비교적 심심
박용택은 지난 18일 휴식일에도 잠실구장을 찾아 밝은 표정으로 자율훈련에 임했고, 두산 선수들은 오후 훈련으로 3차전을 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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