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극강의 높이를 자랑하는 원주 동부가 딜레마에 빠졌다. 트리플타워의 효용성이 시즌 초반 풀어야 할 과제다.
동부는 시즌 개막 5경기서 4승1패로 단독 2위에 올랐다. 이충희 감독 체제로 첫 시즌을 치르는 동부의 초반 성적은 꽤 괜찮다. 평균 신장 203.7cm의 김주성(205cm)-이승준(204cm)-허버트 힐(202cm)이 버티는 트리플타워는 10개 구단 중 최고의 높이다. 그러나 경기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직 영글지 않았다.
22일 잠실체육관에서 벌어진 프로농구 원주 동부와 서울 삼성의 경기에서 동부 이승준이 경기 전 슛 연습을 하면서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김재현 기자 |
개막 4연승으로 가장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울산 모비스와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모비스는 평균 89점을 넣으면서 61점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동부와 모비스는 평균 실점에서 무려 14.4점이나 차이가 난다.
동부는 골밑 장악력도 압도적이지 않다. 리바운드 수치가 입증하고 있다. 동부는 경기당 33개의 리바운드를 잡아냈다. 인천 전자랜드와 함께 공동 6위에 불과하다. 상대 팀에 내준 리바운드도 평균 34.8개(5위)로 오히려 더 많다. 무늬만 ‘동부산성’인 셈이다.
동부의 딜레마는 3명의 빅맨 활용도다. 높지만 발이 느리고 유기적인 호흡도 맞지 않는다. 지난 2011-12시즌 김주성-윤호영-로드 벤슨이 구축했던 트리플타워에 못 미친다. 김주성도 “그때와 많이 다르다. 그땐 수비의 활동 반경 자체가 넓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 명이 모두 발이 느리다보니 활동 반경이 좁아져 골밑에 집중이 되고 있다. 리바운드에서도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다”라고 인정했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출전 시간의 불균형도 크다. 김주성은 경기당 평균 37분6초를 뛰고 있다. 시즌 막판 체력적 한계를 드러냈던 김주성의 부담이 너무 크다. 이승준은 상대적으로 적은 평균 28분29초를 소화하고 있다.
수비를 강조하는 이 감독이 이승준의 수비력에 신뢰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불균형이다. 이 감독은 “이승준의 수비가 원활이 된다면 파생적인 전술이 많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이 감독은 해결책을 마련했다. 출전 시간을 균형있게 조절하면서 트리플타워가 아닌 트윈타워로 팀을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일단 이승준을 공격에서는 외곽으로 빼고, 수비에서 포스트를 지키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이 감독은 “이승준은 외곽 능력이 좋기 때문에 수비에서만 리바운드를 책임질 수 있도록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위험한 모험이 될 수도 있다. 동부는 트리플 포스트가 강점인 팀이다. 골밑이 아닌 외곽에 있는 이승준은 두려운 존재가 아니다. 상대 팀의 부담을 오히려 덜어줄 수 있다. 또 경기를 치를수록 김주성과 힐의 체력적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부상의 위험성도 있다. 이 감독은 “힘들더라도 김주성과 힐이 골밑을 맡아줘야 한다”고 했지만, 시즌 후반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동부의 트리플 포스트는 분명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러나 시즌 후반 김주성의 체력적 부담을 해소시킬 보험은 있다. 5라운드 이후 윤호영(상무)이 팀에 합류한다. 이
동부의 트리플타워 딜레마는 곧 이승준 딜레마이기도 하다. 이승준에게 윤호영의 옷을 입히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이승준은 윤호영과 플레이 스타일이 다르다. 이승준의 활용 가치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해 보인다. 동부가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인 모비스를 넘기 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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