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임성일 기자] 광저우 에버그란데를 이끄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또 다시 예의에 어긋나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FC서울과의 2013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하루 앞둔 25일 오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리피 감독은 경기에 대한 각오를 밝히기 전, 불만부터 늘어놓았다.
리피 감독은 “FC서울이 광저우에 왔을 때 숙소나 운동장 시설 등에 대한 협조를 받는 것은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피해를 받았다. 어제 한국에 왔는데, 조명 시설을 갖춘 경기장이 없어서 호텔에서 체력 훈련만 했다”면서 “우리는 피해는 받았으나 FC서울이 광저우에 오면 국제 룰에 따라서 잘 협조할 것”이라는 말로 속내를 비꼬아 드러냈다.
ACL 결승전을 위해 한국을 찾은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리피 감독이 또 다시 오만불손함을 보여줬다. 자신들 멋대로 움직이면서 협조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사진= MK스포츠 DB |
막무가내로 서울월드컵경기장 주경기장을 빌려달라 요구했으나 시설을 관리하는 쪽에서 난색을 표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10월 초 잔디를 새로 보수한 상태다. 아직 뿌리가 제대로 내리지 않았다. 경기 당일과 전날 훈련이야 어쩔 수 없으나, 이틀 전부터 잔디를 밟으면 경기에 지장이 있다는 설명과 함께 정중히 양해를 구했다.
이런 과정 속에서 광저우 구단은 임의적으로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파주NFC를 빌려달라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미리 이야기가 됐다면 충분히 조율이 가능했을 일인데, 무조건 입국한 뒤 협조가 안 된다고 불평을 토로한 것이다.
광저우의 오만불손함은 사실 전날부터 펼쳐졌다. 광저우는 지정된 호텔을 거부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곳에 여장을 풀었다. 돈을 더 내더라도 보다 고급 호텔에서 머물겠다고 통보했다. 리피 감독의 방자함은 더 가관이었다. 리피는 자신이 묶고 있는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하면 안 되느냐는 의사를 전해왔다. 이동하기 귀찮다는 뜻이었다. 리피 감독은 “난 그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발뺌했으나 프로연맹 관계자와 FC서울 관계자에게 모두 확인된 일이다.
FC서울 관계자는 “경기 하루 전 공식회견은 스타디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마련한다고 AFC의 공지가 내려온다. 원정팀이 맘대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리피 감독은 이미 K리그 팀과의 만남에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보여준 바 있다. 올해 초 전북과 조별예선에서 만났던 리피 감독은 몸이 아프다는 이유로 숫제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았다. 경기 후에는 “30년 만에 가장 아팠다”는 말을 전했을 뿐이다.
리피의 오만방자함은 이번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리피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어 중국어 영어 등의 통역을 거치는 동안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들기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등 세계적인 명장답지 않은 모습으로 일관했다.
리피는 “30년 지도자 인생에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지금껏 결승전을 많이 경험했으나 연습할 경기장이 없었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회견 처음에 그런 불만을 이야기했던 것”이라면서 “비록 이런 대우를 받았으나 우리는 모든 협조를
오만불손과 적반하장의 진수를 보여준 리피 감독은 “지난 2년 동안 광저우에 많은 애정을 쏟았다. 내겐 월드컵이나 UEFA 챔피언스리그 만큼 중요한 대회”라면서 “선수들의 많이 성장했고 이기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기대가 된다”는 말로 출사표를 대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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