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운드를 하다 보면 유독 마음이 편하고 공도 잘 맞으며 퍼팅 라이까지 잘 보이는 날이 있다. 소위 ‘그분이 오신 날’이다. 그분은 과연 누구일까? 그분은 그날의 샷감이나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 바로 자신감이라는 동력이다.
공이 잘 맞는 날은 생각한대로 공이 가고 공이 잘 맞지 않는 날은 걱정하는 대로 공이 가는데 이는 가는 자신감의 싸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드권을 가지고 있는 투어프로들의 실력은 한마디로 백지 한 장 차이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상위 랭커프로는 예선통과 보다는 오직 우승을 목표를 두고 매 시합에 임한다. 하지만 하위그룹선수들은 예선통과를 목표로 잡고 시합에 임하니 자신감으로 인한 차이가 얼마나 큰 간격을 만들어 놓는지 알 수 있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자신감이 곧 실력으로 이어진다. 사진=MK스포츠 DB |
프로 골퍼 역시 연습과 스윙교정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여보지만 결국에는 심리치료 전문가에게 상담과 조언을 받아 극복하는 경우가 많으며 해외 유명선수들은 대부분 전속 심리 상담 전문가를 두고 있다. 그만큼 골프는 심리적인 자신감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아마추어 골퍼들은 라운드 전날, ‘이번에는 기필코 잘 쳐보겠다’고 단단히 벼르며 필드에 나가보지만 막상 동반자 중에 장타자가 있으면 대부분 드라이버 붕괴를 경험한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려는 것과 같이 과도한 힘을 주다가 샷의 난조를 부르는 것이 대다수다. 평상시 거리만 보내고 만족을 해야 하는데 불안감과 자신감이 떨어지면서 스윙 리듬이 빨라지고 급한 마음이 빠른 헤드업으로 이어진다. 결국 자신감을 잃고 동반자에게 주눅 들어 무너지는 허망한 골프를 하게 된다.
드라이버는 멀리 보내는 거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똑바로 내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멀리 보내도 러프에 빠진다면 잘해야 보기지만 비록 짧더라도 똑바로 보내면 못해도 보기로 막을 수 있다.
어느 고수는 필드에서 왜글 정도만 하고 매샷 연습 스윙 없이 바로 거침없는 샷을 한다. 이는 연습장에서 연습 스윙 없이 연습을 하는 습관을 그대로 필드로 연결시킨 것으로 연습스윙을 많이 할수록 잡생각만 늘고 걱정거리만 생기는 것을 배제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샷감각에 틈을 주지 말자는 자신감 넘치는 멘탈을 잘 활용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수와 고수간에 내기라도 하게 되면 우선 핸디 실랑이부터 한다. 하수는 최대한 많은 핸디를 받으려 조르고 고수는 한 점이라도 덜 주려고 아등바등한다. 그러나 결과를 보면 하수는 핸디를 더 받은 만큼 자신감과 영혼을 고수에게 갔다 바치는 꼴이다. 그런 상태로 핸디를 넉넉히 받고 내기 골프 들어가봐야 백전백패뿐이다.
하수가 고수에게 “주고 싶은 만큼 핸디를 줘라”. “핸디를 안 줘도 괜찮다” “잃으면 얼마나 잃겠나 돈으로 막으면 되지” 하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의사표시를 하면 고수는 오히려 마음속으로 뜨끔하여 “이것 봐라” 라고 하지만 오히려 고수는 “치사하게 핸디를 너무 짜게 줬나”하는 의구심과 부담감으로 덜 주는 핸디만큼 하수에게 자신감을 파는 꼴이 된다
하수는 이차피 핸디도 얼마 못 받았으니 지고 돈을 잃어도 할 말이 있고 그때부터 고수와의 라운딩을 스크래치 플레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공을 치게 된다.
마음을 비우니 자신감은 넘치고 고수는 그때부터 잘 쳐야 본전으로 마음의 공황 상태가 오며 하수가 잘 치기라도 하면 계속 쫓기는 골프를 할 수 밖에 없다. 자신감을 잃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부담감이다.
오만가지 불길한 생각을 지우고 부정적인 생각부터 버리자. ‘나는 잘 칠 수 있다’ ‘때리면 당연히 똑바로 잘 나갈 것이다’라는 긍정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면 그분은 필드에 나갈 때 마다 자주 왕림해주실 것이다.
[글·최영수 야디지코리아 회장 / 정리 매경닷컴 MK스포츠 임성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