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전망이 하나로 모이고 있다. 다들 타격전을 점치고 있다. 배영수-이재우, 삼성과 두산의 선발투수가 발표된 이후 더욱 그러했다. 선발의 조기 강판에 따르 불펜 운용의 묘가 ‘열쇠’를 쥐고 있다는 평도 쏟아진다.
이재우도 그렇겠지만, 배영수로선 더욱 자존심이 상할 법하다. 나름 다승왕(14승)인데, 기대보다 우려의 시선이 더 많은 게 기분 좋을 리 없다.
배영수를 향한 우려는 기록에서 비롯된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71로 매우 높다. 아주 놀랄 정도는 아니다. 배영수는 2008년 이후 2012년(3.21)을 제외하고 평균자책점이 4점대를 넘겼다. 그래도 삼성의 한국시리즈 선발진인 윤성환(3.27) 릭 밴덴헐크(3.95) 장원삼(4.38)보다 더 높은 수치다.
삼성은 28일 한국시리즈 두산과 4차전에 배영수를 선발투수로 내세운다. 두산전 시즌 평균자책점이 7.78로 매우 높았지만, 잘 던질 때는 매우 잘 던졌던 배영수다. 사진=MK스포츠 DB |
또한, 배영수는 정규시즌 막바지 좋지 않았다. 마지막 4경기에서 22⅔이닝 동안 19실점(18자책점)을 했다. 평균자책점이 7.15였다. 2실점 이하 투구는 한 번도 없었으며, 6회를 넘긴 것도 1번뿐이었다.
배영수의 최대 강점은 한국시리즈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다. 지난해까지 한국시리즈만 20경기를 뛰었다. 그렇지만 지난 3년간 배영수가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건 딱히 없었다. 8⅓이닝(5실점)을 소화한 게 전부.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는 제구 난조 속에 3이닝 3실점으로 조기 강판했다. “5회만 넘겨달라”는 류중일 감독의 당부를 들어주지 못했다.
기록만 봐도 불안해 보이는 배영수다. 그렇지만 세세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두산을 상대로 약하기도 했으나, 반대로 강하기도 했다. 4차례 등판 경기에서 2경기는 망쳤지만 다른 2경기는 훌륭한 투구를 펼쳤다.
배영수는 3월 30일 두산과의 정규시즌 개막전에서 만루홈런 2방을 맞고서 4회도 못 버티고 강판했다. 그리고 7월 5일 경기에서도 4이닝 7실점(6자책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이 경기에서도 홈런이 문제였다. 김현수에게 1회와 4회 잇달아 홈런을 얻어맞았다.
하지만 잘 던질 때는 매우 잘 던졌다. 5월 14일 경기에서는 5이닝 1실점을, 6월 7일 경기에서는 7이닝 2실점을 기록했다. 각각 피안타가 8개와 7개로 많았으나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베테랑답게 경기운용의 묘가 좋았다.
이 2번의 호투를 고려하면, 배영수가 두산에게 아주 약했다고 말하기는 그렇다. 그저 두산만 만나면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두산을 상대로 기복이 참 심한 배영수다. 그래도 몇 가지 더 기분 좋은 기록도 있다. 배영수는 올해 잠실구장에서 2승 1패를 했다. 내용보다 결과가 더 중요한 한국시리즈이고, 1승 2패로 열세인 삼성의 입장에서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여기에 월요일 등판은 올해 처음이지만, 배영수는 주초 경기 성적이
배영수의 롤러코스터는 28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어느 위치에 있을까. 정상에 올라 있을까, 아니면 바닥을 기고 있을까. 삼성이 웃든 두산이 웃든, 4차전의 향방은 배영수의 어깨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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