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표권향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2013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높이 들어올렸다. 가장 가치 있는 선수는 박한이였지만, 그를 최우수선수(MVP)로 우뚝 서게 만든 것은 불굴의 사자들이었다.
삼성은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6회 집중타를 앞세워 7-3으로 이겼다. 이로써 삼성은 3시즌 연속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에서 최종 승자가 됐다. 팀 창단 이후 7번째(1985, 2002, 2005, 2006, 2011, 2012, 2013시즌) 우승을 이뤘다.
이번 한국시리즈의 시작은 힘겨웠다. 초반 부진했던 삼성 타자들에 반해 두산은 맹공을 펼치며 사자들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나 삼성은 서로를 격려하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의 ‘믿음의 야구’는 6차전에서 3승3패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리는 결과를 낳았다.
우승을 차지한 삼성 선수들 모두 올 시즌 MVP다. 이 선수들 가운데에서도 위기를 기회로 만든 MVP 중에 으뜸으로 꼽히는 선수들이 있다.
한국시리즈 철벽 마운드에는 오승환과 차우찬이 있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위기 속에서 빛이 났던 차우찬이다. 4차전 선발 투수 배영수가 조기 강판되자 2회부터 차우찬이 마운드에 올랐다. 차우찬은 6⅓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하며 8회 2사 1루까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2승3패로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던 6차전에서도 차우찬 카드가 통했다. 이날 삼성은 선발 릭 밴덴헐크에 이어 배영수가 무너지자 차우찬을 조기 등판시켰다. 팀이 0-1로 뒤진 3회초 1사 2,3루에 등판했다. 이종욱을 볼넷으로 출루시켰으나 곧바로 최재훈을 병살타(2루수-유격수-1루수)로 잡아냈다. 차우찬은 이날 등판한 9명의 투수 중 가장 많은 이닝(2⅓이닝 1실점)을 책임졌다.
‘철벽 마무리’ 오승환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강했다. 2차전에 첫 모습을 드러낸 오승환은 9회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4이닝 동안 1피안타(1홈런) 무사사구 8탈삼진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오재일에게 홈런을 맞아 패전투수가 됐지만 6타자 연속 삼진으로 처리해 한국시리즈 최다 연속 타자 탈삼진 타이로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뒷문 지킴이는 역시 오승환이었다. 오승환은 5차전 9회 마운드에 올라 4타자를 상대로 탈삼진 2개를 잡으며 깔끔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6차전에서는 9회 2사 1,2루에 등판해 이종욱을 우익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 경기를 종료시켰다.
오승환은 우승이 결정되는 순간에도 마운드에 있었다. 팀이 7-3으로 앞선 9회초 오승환은 3타자 모두 범타로 처리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잠잠했던 삼성의 방망이를 깨워준 채태인과 박한이가 우승을 이루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6차전에서 채태인은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공을 세웠다. 팀이 1-2로 뒤진 6회말 무사 1루에서 채태인은 더스틴 니퍼트의 초구를 공략해 역전 투런포를 쏘아 올렸다.
한국시리즈의 피날레는 박한이가 장식했다. 3차전까지 무안타였던 박한이는 4차전부터 존재감을 드러냈다. 득점 없이 2점 차로 뒤져있던 7회 1사에서 박한이는 10타석 만에 첫 안타를 때렸다. 이 안타는 박한이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최종전에서도 채태인의 불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채태인은 7차전에서 4타수 3안타 고의사구 1개로 출루해 상대 투수를 압박했다.
박한이는 5차전에서 동점 균형을 깨는 쐐기타를 때려냈다. 5-5로 맞붙은 8회초 1사 2,3루에서 2타점 우전 적시타로 승리를 결정지었다. 다시 돌아온 대구에서의 6차전에서는 7회말 2사 1,2루에서 상대 선발 니퍼트의 2구째를 통타, 우월 스리런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 홈런으로 니퍼트의 방패를 깨뜨렸다.
7차전에서도 박한이의 틈새시장은 노려 승기를 가져갔다. 2-2 동점이던 6회말 1사 3루에서 좌중간을 꿰뚫는 2루타를 치고 출루한 박한이는 최형우의 3루수 땅볼 때 재빠르게 3루를 밟았다. 이때 3루수 이원석의 홈 송구가 빠진 틈을 타 홈으로 쇄도해 추가 득점을 올렸다.
삼성은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대구)=한희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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